국내 패션계를 대표하는 이상봉 루비나 박춘무 안윤정 황재복 이영희 진태옥 등 30명의 톱클래스 디자이너들이 2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 모였다.

70년 한국 패션사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최경자 국제패션디자인학원 명예 이사장(97)을 위한 헌정 패션쇼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최 이사장이 1938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패션학원 함흥양재전문학원(현 국제패션디자인학원)의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최 이사장은 국내 패션계에서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달고 다니면서 다방면에서 업적을 남겼다.

1911년 함경남도 안변에서 부잣집 딸로 태어났지만 가세가 기운 뒤 피아노를 팔아 마련한 재봉틀 한 대로 패션 70여년 인생을 시작한 것.

일본 도쿄 오차노미즈 양장전문학교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1937년 함흥에 양장점 '은좌옥'을 연 최 이사장은 이듬해 함흥양재전문학원을 설립해 인재들을 길러냈다.

디자이너 앙드레김 이상봉 박윤수 안윤정 루비나 등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곳을 거쳤다.

또 1964년 국내 첫 패션모델 양성학원 '차밍스쿨'을 만들어 모델 양성에도 나섰고，1968년에는 국내 최초 패션 월간지 '의상'을 창간했다.

그는 고령으로 거동이 힘들지만 이날 행사장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헌정 패션쇼 조직위원장인 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최경자 선생님께서는 20세기 초 패션 불모지를 개척하며 한국 패션에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신 분"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최경자 패션장학재단'을 설립해 선생님의 뜻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1，2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패션쇼에서는 1800여명의 패션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959년 국내 최초의 국제패션쇼 무대에 한국 대표로 선보였던 최 이사장의 '청자' 의상 등 옛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국내 1세대 패션모델 한성희씨 등 1960~70년대 활동했던 모델들이 무대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국내 패션단체들(SFAA,KFDA,NWS 등)을 이끄는 30명의 디자이너들이 한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이면서 70년 한국 패션사를 재조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