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20일 조찬회동은 2시간여 동안 시종 손 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길게 얘기하면 이 대통령이 짧게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30분 가까이 손 대표가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에 대해 말할 시간이 부족했던 이 대통령이 "나도 좀 말하자"며 손 대표의 말을 자르는 일까지 있었다.

특히 수입 쇠고기의 월령 문제 등에 대해 손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 대통령은 "우리가 무슨 축산국장같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 대표=조류인플루엔자(AI)나 광우병 사태와 같은 일로 정부와 국민 간 신뢰의 위기가 왔다.

지금 이 식탁 위에 놓인 달걀을 먹을까 말까 이 정도다.

광우병 괴담이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 대통령=신뢰의 위기에 대해 공감한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17대 국회에서 한·미FTA를 처리하는 문제가 손 대표의 리더십으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손 대표= FTA비준동의라는 말을 꺼낼 만한 상황이 아니다.

쇠고기 개방에 대한 재협상 없이는 어떤 이야기도 꺼내기 힘들다.

△이 대통령=국제 관행상 재협상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야당과 국민의 지적을 수용해 오늘 외교부에서 발표하는 내용은 검역주권을 명문화하는 등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것이다.

△손 대표=국민 정서상 그 정도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 금지,미국 도축장에 대한 조사권과 승인권도 우리가 가져야 한다.

△이 대통령=30개월 이상 소는 이미 수입업자들이 들여오지 않겠다고 하는 등 실질적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일본과 대만 등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강화하는 내용이 있으면 우리도 그에 따라 재협상할 수 있다.

△손 대표=이 정도의 추가협의를 고시하게 되면 (정권이) 상당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대운하사업,의료보험 민영화 등 논쟁적 사안 때문에 대통령이 경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적당한 시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 대통령=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인정한다.

오늘 발표하는 추가 협의 내용도 국민과 야당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당한 시기에 성명서 등을 통해 밝히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