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직권상정 거부…FTA17대처리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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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무산되면 9월에나 논의 가능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0일 청와대에서 마주 앉았지만,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핵심 의제였던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비준 동의안의 이달 처리 문제는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했다.
여권은 17대 국회 임기가 마감하는 이달까지 비준안 처리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뜻대로 되긴 힘든 상황이다.
더군다나 임채정 국회의장은 이날 한나라당의 비준안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여권으로선 난감한 처지다.
◆與,막판 총력전=여권은 이 대통령과 손 대표 간 회동 결과가 성과 없이 끝났음에도,이달 비준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달에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9월 정기국회에 가서야 비준안 처리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모두 7월에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FTA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ㆍ미 FTA가 17대 국회에서 협상이 됐고,(17대에서)비준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고,국무위원들은 적극적 대응을 하도록 하라"고 독려했다.
청와대는 대국민 담화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야당 설득에도 지속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결의를 다질 예정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임시국회가 24일로 끝나지만,시간이 부족해 비준동의안 처리를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달 말 임시국회 재소집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변함 없는 민주당=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 이후 통합민주당은 한ㆍ미 FTA 비준안의 이번 임시국회 처리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재협상 없이는 한ㆍ미 FTA 비준 동의안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17대 국회 회기 내에 한ㆍ미 FTA를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 의회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우리 국회만 한ㆍ미 FTA 비준안을 처리해 줄 수는 없다는 주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 지도부 역시 검역주권 문제만으로 한ㆍ미 FTA 비준안을 처리해줄 수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재협상을 통해 광우병 위험 통제가 확실해질 때까지는 FTA 처리에 나설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쇠고기 파동에 힘입어 다음 달 4일 실시될 재보궐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에서 굳이 여권의 한ㆍ미 FTA 비준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물밑 교감 여부 주목=이런 가운데 여지를 남기는 발언도 나와 주목된다.
김원웅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은 "손 대표가 추가 조치를 요구한 만큼,정부 추이를 하루 정도 더 살펴보고 비준안의 소위 상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손 대표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 '회담 결렬'이란 말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일본에 '정치는 한 치 앞이 깜깜하다'는 말이 있다.예단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강조했다.
홍영식/강동균/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