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은 지난 10여년의 화두였다.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기술,놀라운 상품,획기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 저성장의 늪을 헤쳐 갈 것인가가 경영자들의 고민거리였다.

그리고 이 화두는 그 속성상 항상 미래지향적인 것이어서 시원스럽게 해결된 때도 없었다.

성장 동력 비슷한 것을 찾아냈다고 해도 그것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경쟁이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도 서비스도 금방 모방된다.

이러는 사이 더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1세기 들어오면서 더욱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 큰 변화 두 가지가 기업 세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바로 인터넷과 고령화다.

이 변화는 15~16세기 대항해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파괴적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모든 인구가 사실상 연결 가능해지면서 일반 대중들은 기업에 비해 정보 획득에 전혀 불리하지 않은 위치를 갖게 됐다.

오히려 뭉치는 힘 덕분에 기업을 압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업들은 투명 경영에 대한 부담이 훨씬 커지게 됐다.

고령화도 이제까지 비즈니스의 성공 논리를 바꿔놓기는 마찬가지다.

복잡한 제품,어려운 상품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

선진국의 소비 중심으로 떠오르는 중장년층들은 까다로운 고객들이다.

무조건 싸다고 사지도 않고,새 것이라고 많은 돈을 낼 생각도 없으며 친구가 산다고 따라 사지도 않는다.

이제 새로운 기술이나 획기적인 발명품만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중요해지고,그들과 좋은 관계를 갖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받는 시대가 됐다.

기업을 둘러싼 사람들엔 어떤 집단이 있을까.

내부적으로는 종업원,외부적으로는 고객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주주 혹은 투자자,그리고 협력업체가 있다.

정부를 포함한 사회도 기업을 둘러싼 사람들이다.

이들을 이해당사자(stakeholder)라고 부른다.

인터넷을 통해 이들 이해당사자들이 기업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집단이라고 무시할 수가 없다.

종업원에게는 월급을 많이주고 고객들에게는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는 고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

협력업체들과 상호존중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기업시민이 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엄청난 부담이지만 이런 모든 것을 다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는 회사가 있다면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신뢰를 받고 희망이 되고 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집단화된 사람들은 절대 합리적이지 않다.

그리고 고령사회는 가격과 기능보다는 의미와 윤리 쪽에 더 가깝다.

정부와 공기업은 민간 기업보다 훨씬 더 이 추세에 민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부처나 공기업이 된다면 생존자체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와 짝을 이루는 단어는 이제 '사랑'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쉽게 알게 되면서 경영은 더욱 어려워만 지고 있다.

새로운 스타일의 경영자가 주목받을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