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감지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만 서행하고,없는 곳에선 과속하는 자동차까지 잡아내는 단속 시스템이 최근 국내에도 도입돼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자동차의 과속을 방지하는 이유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긴급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데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속도제한이 없는 곳으로 유명한 독일의 아우토반은 뭔가.

독일의 고속도로를 총칭하는 아우토반에도 속도 제한은 있다.

기본적으로 속도 무제한이지만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나,도로 여건이 안 좋은 곳,또는 공사 중인 지역 앞에는 시속 60㎞ 또는 90㎞를 나타낸 표지판이 있다.

이 곳을 지나면 해제 표지판이 나온다.

독일 사람들은 이 표지판을 보면 누구랄 것 없이 그대로 따른다.

필자도 아우토반을 시속 270㎞로 달린 적이 있다.

이런 속도를 낼 수 있는 건 좋은 성능을 가진 자동차 덕분이지만 빠른 차가 나타나면 하위 차로로 비켜주는 예절,크게 굽어지지 않은 도로 등도 보탬이 됐다.

아우토반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독일인들은 철저히 준수하기에 속도 무제한 도로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

독일에선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세계적인 고급차 메이커를 비롯해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이 탄생했다.

자동차산업이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독일차들의 성장 뒤엔 아우토반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듯싶다.

예를 들면 북구 스웨덴에서 태어난 볼보나 사브는 눈길에 매우 강했다.

잔고장도 많지 않고,화려함보다는 단단함으로 대표된다.

이유는 눈길이 지천이어서 접촉사고도 많았고,국토는 넓고 인구 수는 적다보니 차로 여행하다 한밤중에 고장나면 얼어죽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이를 극복하는 차 만들기가 스웨덴 자동차 메이커의 과제였을 것이다.

아우토반에선 자동차들 간에 속도경쟁이 수시로 벌어졌을 게 틀림없다.

큰 사고도 많이 났을 테니 메이커들 입장에선 성능 좋고 튼튼한 차를 만들어야 국민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운명을 안고 있었다.

바로 이 점이 오늘날 독일차들을 세계 최고의 차로 발돋움시키지 않았을까.

아우토반이라는 무한경쟁 지대에 내팽겨쳐진 자동차 메이커들의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한국은 1987년 외산차에 시장을 열고도 고율 관세,세무조사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으로 국산차 메이커들을 보호해 왔다.

이제는 그런 장벽들이 대부분 사라졌고,국산차도 해외에서 덩치가 쑥쑥 커지고 있어서인지 우리 안마당에서 재미있는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국산차의 성장요인이 가격경쟁력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아직도 자동차 자체로는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은 조만간 중국이나 인도 자동차 메이커들에 넘겨줘야 한다.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따라서 그 안에 국산차들은 국산차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독일차들이 아우토반에서 피를 흘리며 스스로를 담금질했듯이,온실 속의 화초로만 자랐던 한국 자동차업체들도 지금의 실적에 만족하지 말고 가혹한 시련을 정면으로 맞서며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야 한다.

아우토반을 시속 270㎞로 달리는 한국차를 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