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판매물량이 늘면 뭐합니까.

원자재가격 인상폭이 너무 커서 수익이 나지 않는데…."

인천지역에서 산업용 금속부품을 제조하는 A사 사장은 "대폭 인상된 원자재 가격 때문에 도무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1년 넘게 적자가 누적되고 있지만,이를 고스란히 떠안고 가는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A사에 공급되는 철강 파이프 값(지름 22㎜×두께 1.4㎜×길이 6m 흑 관)은 올해 1월 575원에 거래됐지만,5월 현재 845원으로 올랐다.

4개월 사이에 인상폭이 무려 68%가량으로 커진 것이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은 비단 A사만의 일이 아니다.

석유,철,곡물 등 세계를 휩쓸고 있는 '원자재 값 폭등 쓰나미'가 중소 제조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원자재 값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자금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최근 주물,레미콘,아스콘 업체에서 시작된 납품중단,대규모 집회 등의 집단행동이 전체 중소기업으로 번져나갈 기미까지 보인다.

치솟는 원자재 값을 감당하지 못해 부도처리 되는 업체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원자재가격 인상에 대비해 이를 비축ㆍ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동하는 원자재 가격에도 회사의 운명이 오락가락하는 형편이다.

경영여건 '위축'이 아니라 회사 '존폐'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향후 체감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불안감이 '심리적 현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 투자 등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불안감을 증폭시켜 경제를 악순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기업 경영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이면에서는 가동률이 급락하고 휴ㆍ폐업하는 중소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원자재 값 상승과 소비ㆍ투자의 동반부진,환율 불안에 따른 수출여건 악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상황에 놓여있는 중소기업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힘들다는 푸념만 늘어놓을 수는 없다.

어려움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내팽개치는 순간 경영은 더 어려워진다.

경영의 과실은 도전의 성과물이다.

변화와 위험 속에 기회가 있다.

희망은 불안과 좌절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때만 보인다.

힘들고 괴로운 상황을 기업 활동의 양념으로 여긴다면 '곤경'은 경영의 보약이 될 수도 있다.

경영의 신(神)이라 불리는 마쓰시타는 "바람이 강한 때야말로 연을 날리기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시장이 어려워도 정부의 울타리에 기대지 않고 끊임없이 자구책을 모색하는 중소기업들의 쉼 없는 질주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물의 하강 압력과 상승 압력을 근본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水)충격 방지설비에 꼭 필요한 안전장치를 개발,특허를 획득한 ㈜에스엠테크와 전량 수입해 쓰던 국산 PE 이음관과 볼밸브를 국산화시켜 일본 등 21개국에 수출하는 대연정공㈜,기존 아파트의 틀을 깬 새로운 시도로 주택업계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영조주택 등이 그런 기업들이다.

수입에 의존하던 상품을 국산화하고 역수출에 나선 기업,변화가 필요할 때 변신을 즐기며 성장 축을 다져온 주택업체,고객에 대한 깊은 성찰로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다져가는 대학과 단체까지….

아직 이름은 낯설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 기업ㆍ단체는 위기 뒤에 숨은 기회를 포착하고 끊임없이 생존력을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마인드만 있으면 성공 하이웨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