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하이드로젠7‥힘있는 가속…수소차가 휘발유차 못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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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수소자동차 맞아?'
지난 14일 늦은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임시 수소충전소가 마련된 경기도 이천까지 BMW의 수소차 하이드로젠7을 시승한 전체적인 느낌이다.
휘발유나 경유 대신 수소(H₂) 기체로 움직이는 수소자동차는 숱한 첨단 기술의 결집체지만 외관은 지극히 평범했다.
BMW는 친환경차의 미래를 보여주면서 앞선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독일에서 하이드로젠7 5대를 갖고와 시승 행사를 마련했다.
수소로 달릴 때 배출되는 물질은 수증기가 전부라는 설명을 듣고 차에 오른 뒤 시동을 걸었다.
겨울철의 LPG 차량처럼 부스터 작동시간이 조금 길었다.
이유를 물었더니,엔진 실린더에 남아있는 수소를 모두 빼내고 새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엔진 실린더 내 정확한 지점에서 수소를 연소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엔진 소음이 유별나다는 얘기가 있어 귀를 세워봤지만 가솔린 자동차와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렸다.
휘발유차처럼 미끄러지듯 앞으로 달렸다.
중부고속도로에서 주행성능을 보기 위해 본격적인 추월을 시도했다.
앞차를 제치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BMW의 최고급 모델인 760i를 기본으로 제작됐다는 설명을 들었는데,뭔가 부족한 느낌이 다가왔다.
760i는 6000cc급 고성능 엔진을 탑재,최고출력 445마력을 자랑한다.
동승한 BMW 관계자는 "휘발유로도 구동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수소와 휘발유 출력을 맞추느라 최고출력을 260마력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속도를 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9.5초로 760i의 5.6초에 비해 늦다.
하이드로젠7은 운전자가 원하면 언제든 가솔린과 수소 연료를 바꿔가며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소 연료가 남아있으면 시동 때 수소로 시동이 걸리고 움직이도록 프로그램돼 있지만,운전석에 장착된 스위치를 누르면 주행 중에도 휘발유차로 변신 가능하다.
같은 실린더에 때로는 수소가,때로는 휘발유가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수소와 휘발유의 힘이 달라 운전 중 사용연료를 바꿨을 때 출력 변화로 인한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출력도 맞췄다.
이 차는 휘발유 74ℓ와 액화수소 8㎏을 저장할 수 있고 휘발유로 500㎞,수소로는 200㎞를 달린다.
경기도 이천 임시 충전소에서 대형 트레일러의 거대한 탱크에 담긴 액화수소가 자동차로 옮겨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폭발과 가스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많은 것을 제외하면 휘발유 주유 때와 별 차이 없었다.
다만 액화수소 8㎏을 채우는 데 8분 정도 소요돼 휘발유 주유 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하이드로젠7은 전세계적으로 현재 100대만 한정 생산돼 운행되고 있다.
독일과 미국 등의 유명 인사들에게 임대 형식으로 빌려준 이외에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한 차량은 아직 없다.
기술적 측면에선 지금이라도 하이드로젠7을 양산할 수 있지만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해 상용화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더많은 수소를 보다 적은 저장탱크에 담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야 작은 사이즈의 수소차도 가능해진다.
BMW 측은 대형세단 760i 외에 3시리즈나 5시리즈에도 수소엔진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대형 수소탱크를 탑재할 공간 때문에 쉽지 않아 보였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