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유가 … 130달러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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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21일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장기 선물가격은 이미 140달러에 육박,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세계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29.60달러까지 상승한 후 전날보다 2.02달러 오른 배럴당 129.07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에는 장중 배럴당 130.28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처음으로 130달러를 돌파했다.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의 7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20일 장중 최고치인 배럴당 128.07달러까지 급등했다.
특히 2016년 12월 인도분 장기 선물 WTI 가격은 이날 장중 139.3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루 만에 9달러나 급등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기 선물가격이 이처럼 뛴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밝혔다.
2012년 말에 인도되는 WTI 선물은 지난 1월 이후 60% 급등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우드매킨지의 앤루이스 히틀은 "지정학적 불안 등 원유 시장의 앞날에 위험요소가 한둘이 아니다"며 "원유 수급 우려가 깊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중ㆍ단기 계약물에서 장기 계약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석유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2012~2015년 원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고객들에게 2012년분 장기 원유선물 상품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T 분 피컨스 BP캐피털 회장은 지난 19일 CNBC에 출연,"세계는 하루에 최대 850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데 수요는 이보다 많은 870만배럴에 이르고 있다"며 "국제유가의 신기록 행진은 투기세력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컨스 회장은 "유가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못했으며 연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중개업체 MF글로벌의 애널리스트인 존 킬더프는 "시장의 강세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면서 "애널리스트들이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칠 것이란 판단에 근거해 유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기 선물 수요가 급증한 것과 대조적으로 원유 현물시장은 공급 초과 현상이 빚어져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유업체의 원유 소비가 줄어든 데서 이유를 찾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원유에 비해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아 정유업체들의 마진이 지난해의 절반인 배럴당 7.5달러로 줄었다.
이에 따라 유럽 최대 석유메이저 로열더치셸이 지난 3월 이후 일부 정유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등 생산 증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이 석유 비축을 중단하고 국내 석유 탐사에 나서는 등 수입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일본에선 등록 차량대수가 사상 처음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유 소비가 정체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로 고전 중인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가 세계 경제의 최대 과제라며 각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인플레를 잡기 위해선 금리 인상 등 수요억제책이 필요한데 신용경색에 따른 경기 둔화 조짐으로 섣불리 금리를 올릴 수도 없어 각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