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진 선박금융 속타는 中小 조선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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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구한 외국선주들, 계약 잇단 파기
돈 못구한 외국선주들, 선박 건조계약 잇단 파기
선박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중소 조선업체들에 대한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발(發)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겪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선박금융 대출기간을 줄이고 금리도 올리고 있는 여파다.
이로 인해 돈을 빌려 배를 사던 일부 외국 선주(船主)들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과 맺은 선박 건조 계약을 파기하기 시작한 것.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 까다로워진 선박대출
그동안 선주들에게 배값을 대주던 외국 금융회사들은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돈을 떼일 위험이 높은 선박금융에서 조금씩 발을 빼고 있다.
대출 문턱을 높여 우량 고객만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까지만 해도 평균 12~15년에 달했던 대출기간이 올 들어 10년 미만으로 줄었고 대출비중도 선박가격의 80% 수준에서 65% 미만으로 낮아졌다.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0.5%포인트 정도 얹어주던 대출금리는 '리보+1%포인트'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선주들이 발주 계약을 파기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홍콩 해운회사인 진후이는 올초 2건의 선박주문을 취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400만달러의 위약금을 물고 선박 구입 계획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렇게 취소되는 주문이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의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는 140억달러(약 14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조선부문 작년 매출액(7조5567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국내 조선업계도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부터 충격이 감지되는 양상이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대선조선은 지난 2월 말 터키 선주가 선수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2070억원 규모의 선박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영업팀 관계자는 "선주가 돈을 구하지 못해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중견 조선업체 관계자는 "대선조선은 공시의무가 있는 코스닥업체여서 계약 파기 사실이 공개됐을 뿐"이라며 "말은 안 하지만 다른 중소업체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국내 '빅3' 업체들에는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아직은 남의 일이다.
미리 받아놓은 수주물량만 4년치에 달하고 있어 단기간의 시황 변동에는 느긋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주물량이 많은 대형 조선소는 큰 타격을 입지 않겠지만 신용경색 현상이 길어지면 전체 조선시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업계는 화물운임 올라 되레 호재
화물을 실어나르고 운임을 받는 해운업체 입장에서는 선박금융 시장의 위축이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바다에 돌아다니는 선박이 줄면 배삯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전문지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해상운임의 잣대가 되는 '벌크선 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는 지난 20일 11,7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BDI는 철광석 곡물 등 '건(乾)화물'을 운송하는 벌크선의 운임을 항로별로 집계한 것이다.
1985년 1월4일의 평균 운임을 기준(1000)으로 삼는다.
국내 해운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호전되는 추세다.
한진해운은 올 1분기(1~3월) 1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동기(78억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규모다.
STX팬오션도 1분기 중 전년동기 대비 세 배 이상 많은 27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서충일 STX그룹 전무는 "전반적인 해운시황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 목표인 8억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선박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중소 조선업체들에 대한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발(發)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겪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선박금융 대출기간을 줄이고 금리도 올리고 있는 여파다.
이로 인해 돈을 빌려 배를 사던 일부 외국 선주(船主)들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과 맺은 선박 건조 계약을 파기하기 시작한 것.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 까다로워진 선박대출
그동안 선주들에게 배값을 대주던 외국 금융회사들은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돈을 떼일 위험이 높은 선박금융에서 조금씩 발을 빼고 있다.
대출 문턱을 높여 우량 고객만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까지만 해도 평균 12~15년에 달했던 대출기간이 올 들어 10년 미만으로 줄었고 대출비중도 선박가격의 80% 수준에서 65% 미만으로 낮아졌다.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0.5%포인트 정도 얹어주던 대출금리는 '리보+1%포인트'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선주들이 발주 계약을 파기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홍콩 해운회사인 진후이는 올초 2건의 선박주문을 취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400만달러의 위약금을 물고 선박 구입 계획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렇게 취소되는 주문이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의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는 140억달러(약 14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조선부문 작년 매출액(7조5567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국내 조선업계도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부터 충격이 감지되는 양상이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대선조선은 지난 2월 말 터키 선주가 선수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2070억원 규모의 선박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영업팀 관계자는 "선주가 돈을 구하지 못해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중견 조선업체 관계자는 "대선조선은 공시의무가 있는 코스닥업체여서 계약 파기 사실이 공개됐을 뿐"이라며 "말은 안 하지만 다른 중소업체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국내 '빅3' 업체들에는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아직은 남의 일이다.
미리 받아놓은 수주물량만 4년치에 달하고 있어 단기간의 시황 변동에는 느긋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주물량이 많은 대형 조선소는 큰 타격을 입지 않겠지만 신용경색 현상이 길어지면 전체 조선시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업계는 화물운임 올라 되레 호재
화물을 실어나르고 운임을 받는 해운업체 입장에서는 선박금융 시장의 위축이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바다에 돌아다니는 선박이 줄면 배삯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전문지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해상운임의 잣대가 되는 '벌크선 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는 지난 20일 11,7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BDI는 철광석 곡물 등 '건(乾)화물'을 운송하는 벌크선의 운임을 항로별로 집계한 것이다.
1985년 1월4일의 평균 운임을 기준(1000)으로 삼는다.
국내 해운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호전되는 추세다.
한진해운은 올 1분기(1~3월) 1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동기(78억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규모다.
STX팬오션도 1분기 중 전년동기 대비 세 배 이상 많은 27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서충일 STX그룹 전무는 "전반적인 해운시황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 목표인 8억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