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지혜를 좀 달라."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21일 금융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금융 공기업 인사의 첫 테이프를 끊게 될 산업은행 총재 인선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데 대한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전문성과 도덕성 두가지 조건을 총족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산은 총재 후보는 5,6명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청와대는 병역 국적 재산 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전문성,자질, 평판 조회까지 다 해봤다.

이 관계자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모두 갖추면 금상첨화지만,그렇지 못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도덕성에 다소 흠이 있고,도덕성이 괜찮으면 전문성이 좀…"이라고 말했다.

또 "산은 총재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전문성과 도덕성 중 어느것이 더 중요한지 언론이 한번 지적해달라"는 얘기까지 했다.

최종 결정이 쉽지않음을 털어놓은 것이다.

청와대가 금융인에게까지 도덕적인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은 집권 초반 내각 인선 과정에서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라는 따가운 질책을 받아서다.

이게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단초가 됐다.

청와대가 산은 인사에 고심하는 이유는 앞으로 이어질 금융공기업 인사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특히 새 총재는 산은 민영화라는 중차대한 책무를 맡아야 한다.

문제는 후보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모두 부자라는 것이다.

금융가에선 이들이 대부분 수십억원대 이상의 자산가이며,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로선 또 '강부자냐'라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가에선 이들이 해외금융기관 국내지점의 CEO(최고경영자)를 하거나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 CEO를 지내며 연간 수억원내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탈세 등 명백한 범법 행위를 했다든가,금융기관 종사자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단순히 재산이 많다고 문제삼아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까지 무턱대고'국민정서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