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상원의원(46)이 미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결정됐다.

이로써 오는 11월4일 실시되는 제44대 미 대통령선거는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71) 간 '흑백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오바마는 20일(현지시간) 실시된 켄터키주와 오리건주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결과 1648명(CNN 집계기준)의 선출대의원(pledged delegates)을 확보했다.

이로써 오바마는 총 3253명인 선출대의원의 과반을 넘어섰다.

오바마는 주지사 등으로 구성된 슈퍼대의원도 305명을 확보,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277명)을 앞서고 있다.

전체 대의원 수는 1953명으로 대선후보 확정에 필요한 2026명에 73명을 남겨두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켄터키주 경선에서는 30%의 득표율로 힐러리(65%)에게 완패했다.

하지만 오리건주 경선에서 58%의 득표율로 완승을 거두며 경선 승리를 사실상 거머쥐었다.

오바마는 이날 밤 민주당 첫 경선이 실시돼 '오바마 열풍'의 진원지가 됐던 아이오와주에서 6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축하 집회를 갖고 "대통령 후보가 되는 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매케인의 각종 공약들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여정이 길고 힘들지라도 미국을 위대한 변화로 이끌 것"이라고 다짐했다.

힐러리를 의식해 공식적인 승리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본선 출정선언을 한 셈이다.

힐러리는 이날 경선 후 "내가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았듯이 여러분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경선을 완주할 것임을 거듭 다짐했다.

이로써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이 완료되는 6월3일 최종 승리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이제 신출내기 초선 상원의원이다.


케냐출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흑인으로 작년 대권도전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흑인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주류였었다.

이런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오바마가 욱일승천의 기세로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태생적 한계'가 한 요인이 됐다.

백인이 주류인 미국사회에서 비주류인 흑백혼혈인 출신이라는 한계가 오히려 이민국가인 미국의 미래를 걸머쥘 수 있다는 희망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연상케할 정도로 강한 흡인력은 미국 전역을 '오바마 열풍'으로 들끓게 하면서 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의 꿈을 키우게 하는 매개역할을 했다.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에서 내건 슬로건은 '변화'다.

이 단순명료한 메시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동안 이라크 전쟁 등으로 지친 미국인들을 자극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그에게서 다시 한번 희망을 발견했다.

대중을 끌어들이는 강한 호소력을 가진 그의 연설은 흑인뿐만 아니라 식자층과 부유층을 열성적인 지지자로 변신하게 만든 핵심 원동력이었다.

특히 하와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중 4년을 인도네시아에서도 보내고,컬럼비아대와 하버드법대를 나온 그의 경력은 문화의 충돌로 불리는 21세기 세계의 문제는 물론 이민국가인 미국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모티브로 작용했다.

이런 경력과 오바마 특유의 흡인력이 그를 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 후보로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

오바마가 힐러리라는 '태산'을 넘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직 축배를 터뜨리기엔 이르다.

현재로선 본선에서도 오바마가 매케인에게 소폭 앞섰다는 게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다.

그렇지만 낙관은 불허다.

일찌감치 대선후보로 결정된 매케인은 차곡차곡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다.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에 너무 힘을 빼 전열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더욱이 경선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오바마는 백인노동자 노령층 시골지역에서 지지도가 낮다.

선거인단이 많은 뉴욕 뉴저지주 등 큰 주에서도 득표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천한 정치경험에다 대외정책 노하우 또한 전혀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에게 점수를 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가진 젊음,그가 던지는 비전과 희망이 많은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