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끝모를 유가 고공행진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창사이래 처음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위기감까지 확산하고 있다.

22일 한국전력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업비용 중 연료비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한전으로서는 유가가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영업실적에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탈출구인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정부와 유가연동제 도입을 놓고 협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유가급등이 한전 영업실적에 얼마만큼 파괴력을 가지는지는 1분기 실적이 증명하고 있다. 치솟는 유가로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기생산을 위해 사용 중인 연료의 54%가 LNG, 중유가 10%, 석탄이 30%를 차지하고 있어 유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전이 도입한 연료단가는 지난해 1분기 배럴당 55달러에서 올 1분기 91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 같은 원료도입단가 급등세는 지칠줄 모르고 상승 중이다.

이에 따라 1분기 한전과 발전회사 통합 연료비가 전년대비 1조원에 가까운 9083억원이 급증, 3조7294억원에 육박하면서 영업손실이 2191억4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한전 관계자는 "연료 평균단가 10% 증가하면 한전의 연간 연료비는 1조2000억원이 늘게되는 구조"라며 "이 상태로 유가가 계속된다면 올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위기감을 전했다.

특히 이러한 원료비 수직상승을 상쇄할 유일한 방안인 전기료인상이 물가급등 우려로 지체되고 있어 갈길 바쁜 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전 주가는 22일 오전 11시12분 현재 전날보다 700원(2.09%) 내린 3만2850원을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발전연료비는 전년대비 최소 3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인데 이는 연간 전기요금이 10% 이상 인상돼야 커버 가능하다"면서 "7월 1일 기준으로 전기요금이 20%는 인상돼야 하는데, 과거에 전기요금이 이 같이 큰 폭으로 오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가 등 발전연료의 단가 하락, 환율 하락, 전기요금 인상 등이 주가를 올릴 만한 이슈가 될 수 있지만, 단기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 "하반기 요금 인상이 돼도 올해 한국전력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