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석유회사 원유시추선 40척 발주 나서

30조원 규모 … 국내업체들이 싹쓸이 가능성

브라질의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드릴십(원유 시추선) 발주에 나선다.

적극적인 유전 개발을 통해 브라질을 '남미의 사우디 아라비아'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독보적인 드릴십 건조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은 대형 호재가 터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페트로브라스의 드릴십 주문 가운데 상당수를 한국 조선업체가 따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미의 사우디'브라질

블룸버그통신은 22일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가 40척의 원유시추용 드릴십을 주문할 계획"이라며 "총 발주금액은 30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페트로브라스는 올해부터 드릴십을 순차적으로 주문해 2017년까지 모두 인도받을 방침이다.

1990년대까지 석유 수입국이던 브라질은 최근 대형 유전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주요 수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작년 10월 발견한 '투피 유전'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유전의 매장량은 80억배럴로 현재 유가를 감안할 때 1000억달러(약 100조원) 규모다.

브라질은 투피 유전에 이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290㎞ 떨어진 해안에서 하루 평균 생산량이 3300만㎥에 이르는 대형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했고,올해는 최근 30년간 발견된 유전 가운데 최대 규모인 매장량 330억배럴짜리 초대형 유전도 찾아냈다.

브라질의 원유 매장량은 작년 기준으로 세계 17위 수준이지만 새롭게 발견된 유전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경우 나이지리아 등을 제치고 세계 10위권의 산유국이 될 전망이다.

◆한국 조선업체엔 대형 호재

페트로브라스가 계획대로 40척의 드릴십을 발주할 경우 상당량의 주문은 국내 '빅3' 조선업체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드릴십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드릴십 발주가 늘어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전 세계 드릴십 시장에 나온 32척의 건조 주문 역시 모두 한국 조선업체가 따냈다.

삼성중공업이 전체의 70%가량인 23척의 주문을 받아냈고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7척과 2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국내 조선업 사상 최고가인 9억4200만달러짜리 드릴십 주문을 따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브라질의 대규모 드릴십 발주는 국내 조선업체에 큰 호재"라고 설명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심해에서 원유를 찾아내는 드릴십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 인해 드릴십 하루 사용료는 2004년 이후 250%나 뛰어 최근에는 50만달러에 육박한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드릴십은 척당 가격이 5억~10억달러로 2억달러 수준인 LNG선 등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다"며 "앞으로 드릴십이 국내 조선업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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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십=해상플랜트 설치가 불가능한 심해 지역에서 원유를 찾아내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능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통한다.

거친 바다에서 작업해야 하므로 다른 선박에 비해 선체가 훨씬 두꺼워야 하고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모든 기자재엔 보온 처리를 해야 한다.

원유를 뽑아내는 동안 배가 흔들리지도 않아야 한다.

청정지역을 돌아다니는 만큼 전기추진장비 등 친환경 시스템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