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라인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63년 쿠바사태 직후다.

언제 미사일이 발사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겪으며 긴급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미국과 소련이 개설한 긴급 연락용 직통통신선이다.

1967년 중동전쟁 때 핫라인을 통해 소련이 미국에 평화를 위한 협력을 요청하면서 그 효력을 발휘했다.

그런 핫라인이란 용어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몇몇 대기업과 일부 중소기업 및 외국 기업에 직통 휴대폰 번호를 알려줘 기업의 애로를 듣기로 했다.

그 사이 이 대통령의 휴대폰에 전화가 몇 통이나 걸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인들은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1일 금융사 CEO 92명을 포함한 134명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그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정책 수요자들에게 의사소통 채널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대통령이야 아무리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해도 개별 기업인이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으니 핫라인의 효용성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장에게 핫라인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

금감원장은 금융회사들을 감독하는 기관의 수장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금융산업의 '대표 컨설턴트'다.

평소 금융회사들과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는 자리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금감원이 핫라인을 개설했다며 홍보에 나선 현실은 그동안 금감원이 얼마나 금융회사와의 대화에 소홀했느냐는 방증인 셈이다.

물론 금감원에 대한 세간의 비아냥은 신임 김 원장이 들을 비난은 아니다.

더욱이 김 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감독원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오죽하면 원장이 나서서 핫라인을 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기왕 개설한 핫라인이 금감원 변화의 시금석이 되길 바랄 뿐이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