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질주를 멈추지 않으면서 국내 산업계가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배럴당 130달러를 웃도는 사상초유의 고유가 상황뿐만 아니라 유가 상승 속도도 업계에 공포를 안겨주는 요인이다.

석유화학,자동차,철강 등 제조업체들은 감당하기 힘들어진 유가 상승 부담을 거래업체들에 일부 전가하는 사례가 빈발,'동반 불황'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또 물류대란 비상

석유화학 항공 해운 등이 유가 폭등 여파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경유값 폭등으로 인해 화물연대를 비롯한 화물운송업계가 다시 파업을 검토하고 있어 또 한 차례의 '물류 대란' 조짐이 예고된 상태다.

화물차업계가 경유값 상승에 따른 운송료 인상 문제로 다음 달 초 총파업 여부를 결정키로 한 것.이미 화물연대울산지부 한주분회는 최근 파업 출정식까지 가졌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 면세유 공급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어 다음 달 초 전국화물연합회와 개별화물 및 용달연합회 등이 파업에 나설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상 및 항만물류,택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경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가 급등이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진 동부익스프레스 등 육상 물류업체들은 주로 8t과 11t 화물트럭으로 물건을 수송한다.

이들 업체와 계약한 개인차주들은 ℓ당 287.73원의 유가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연일 치솟는 유가 부담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해운업계의 운임도 급상승하고 있다.

미주노선의 평균 해운운임 상승폭은 10% 이하지만 물량이 늘고 있는 유럽이나 지중해노선은 20% 이상 운임이 올랐다.

석유화학업계도 국제유가의 '고공질주'에 추가 감산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유가에 연동하는 국제 나프타 가격은 1년 전만 해도 t당 700달러 수준이었지만,최근엔 1040달러로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유가 인상 여파로 대부분 석유화학 회사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나프타 분해시설을 갖고 있는 여천NCC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1조4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지만,영업이익은 72% 줄었다.

정유업계는 유가 변동폭이 커지면서 정제마진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는 유화 부문인 BTX 생산가동을 일부 중단하거나 감산한 데 이어 정유시설 가동률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격 최소화'가 대책의 전부

고유가 상황이 고착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석유화학업계는 감산조치와 함께 내부 비용절감에 착수했지만,원가에서 차지하는 유가(나프타) 비중이 워낙 높아 한계에 직면했다.

석유화학업계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생산을 대체하고,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내수보다는 수출 비중을 늘리는 한편,벙커C유를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전환하는 고도화시설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3조원 규모의 신규 고도화시설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은 원유 장기 구매와 구매선 다양화 등의 원가절감 전략을 펴고 있다.

자동차 업종도 유가 급등 여파로 소형차 판매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판매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자동차 주재료인 철강,고무 등 주요 원부자재의 가격상승도 자동차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른수건도 짜자'는 식의 에너지 절감운동이 전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는 전사적으로 에너지절감 운동에 착수하는 한편,고효율 에너지 설비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피한 유통,정보통신업계도 에너지절감 운동에 속속 가세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공기순환장치나 냉방용 냉각수 순환장치에 공급되는 전력 조절 장치를 에너지 절감용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KT는 사업장별로 에너지 절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내 전문가로 구성된 에너지컨설팅팀을 신설,운영하고 있다.

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