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아인슈타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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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 소설가 >
며칠 전 외신보도를 통해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편지 한 통이 영국 경매업체에서 40만 4000달러(약 4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는 보도를 접했다.예상가의 25배에 달하는 값에 그것을 구입한 사람은 '이론물리학에 관심이 깊은 익명의 경매 참가자'라고만 밝혀졌다.그런데 이 경매에 최근 무신론 전쟁의 선봉장 노릇을 하고 있는 옥스퍼드대학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참여했지만 낙찰 받는데는 실패했다는 사실이 덧붙여져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로 명성을 얻은 생물학자지만 최근에는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란 책으로 종교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물이다.그가 무슨 이유로 아이슈타인의 편지 경매에 참여한 것인지 궁금해 경매에 나온 편지의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하지만 인터넷에서 모든 관련 기사를 검색했지만 편지의 내용은 제한적으로 두어 부분만 공개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1954년 한 철학자에게 보낸 편지는 한마디로 '무신론자의 편지'로 요약할 수 있다.그는 편지에서 "내게 신이란 단어는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표현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성경에 대해서는 "고결하지만 상당히 유치하고 원시적인 전설들의 집대성"이라고 썼다.그는 유대인이지만 유대교에 대해서도 '유치한 미신들의 현실화'라고 혹평하고,유대인에 대해서도 "다른 인류와 비교해 더 낫지 않으며 선택받은 민족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공개된 편지의 내용은 지극히 단편적이었지만 종교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무신론적 태도는 명약관화했다.무신론 전쟁의 선봉장인 리처드 도킨스가 왜 그 편지를 낙찰 받으려 했는지도 간파할 수 있었다.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과학과 종교 사이의 전쟁은 이제 다분히 노골적이고 첨예한 개진 상황을 보이고 있고,그와 같은 와중에 과학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와 종교를 가진 신자들 사이에 왕왕 대립적 논쟁이 벌어지는 걸 인터넷에서도 목격하게 된다.아마도 리처드 도킨스로서는 아인슈타인의 편지 한 장이 억만 대군보다 더 큰 원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그 편지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무덤에서 나온 아인슈타인이 새삼 과학과 종교 사이의 문화 전쟁에 기름을 뿌렸다"고 평했으니 말이다.
'영성(靈性) 과학'이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오랜 세월 종교의 수식어가 되어버린 '영성'이란 말이 이제는 버젓이 과학 분야의 접두사가 돼버린 것이다.아이러니컬하게도 리처드 도킨스가 재직하고 있는 옥스퍼드대는 수사(修士)와 신학자들이 세운 학교다.지금도 그 학교의 문장에는 '주님은 나의 빛이다(Dominus illuminatio mea)'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그런 대학에서 이제 기독교 신자를 자처하는 사람은 교수직을 잡기 힘들어졌다고 하니 무신론의 뿌리가 어느 정도까지 깊어졌는지를 선뜩하게 실감할 수 있다.
인간에게 종교나 신이 필요한 건 반드시 구원 때문이 아니다.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 육체적 조건의 열악성을 극복하는 삶의 수단이자 지혜로서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그러니 종교나 신을 망상의 산물로 치부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으면서도 나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요컨대 과학만능주의적인 공격성이 오히려 과학적 오만과 편견으로 느껴진 때문이다.그래서 그가 편지를 낙찰 받아 후원자로 삼고 싶어 한 아인슈타인의 다른 이야기를 나는 그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실제로 나는 교회나 절에 다니지 않지만 아인슈타인의 다음 말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나는 신앙심이 깊은 무신론자다.이것은 다소 새로운 종류의 종교다."
며칠 전 외신보도를 통해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편지 한 통이 영국 경매업체에서 40만 4000달러(약 4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는 보도를 접했다.예상가의 25배에 달하는 값에 그것을 구입한 사람은 '이론물리학에 관심이 깊은 익명의 경매 참가자'라고만 밝혀졌다.그런데 이 경매에 최근 무신론 전쟁의 선봉장 노릇을 하고 있는 옥스퍼드대학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참여했지만 낙찰 받는데는 실패했다는 사실이 덧붙여져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로 명성을 얻은 생물학자지만 최근에는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란 책으로 종교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물이다.그가 무슨 이유로 아이슈타인의 편지 경매에 참여한 것인지 궁금해 경매에 나온 편지의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하지만 인터넷에서 모든 관련 기사를 검색했지만 편지의 내용은 제한적으로 두어 부분만 공개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1954년 한 철학자에게 보낸 편지는 한마디로 '무신론자의 편지'로 요약할 수 있다.그는 편지에서 "내게 신이란 단어는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표현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성경에 대해서는 "고결하지만 상당히 유치하고 원시적인 전설들의 집대성"이라고 썼다.그는 유대인이지만 유대교에 대해서도 '유치한 미신들의 현실화'라고 혹평하고,유대인에 대해서도 "다른 인류와 비교해 더 낫지 않으며 선택받은 민족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공개된 편지의 내용은 지극히 단편적이었지만 종교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무신론적 태도는 명약관화했다.무신론 전쟁의 선봉장인 리처드 도킨스가 왜 그 편지를 낙찰 받으려 했는지도 간파할 수 있었다.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과학과 종교 사이의 전쟁은 이제 다분히 노골적이고 첨예한 개진 상황을 보이고 있고,그와 같은 와중에 과학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와 종교를 가진 신자들 사이에 왕왕 대립적 논쟁이 벌어지는 걸 인터넷에서도 목격하게 된다.아마도 리처드 도킨스로서는 아인슈타인의 편지 한 장이 억만 대군보다 더 큰 원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그 편지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무덤에서 나온 아인슈타인이 새삼 과학과 종교 사이의 문화 전쟁에 기름을 뿌렸다"고 평했으니 말이다.
'영성(靈性) 과학'이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오랜 세월 종교의 수식어가 되어버린 '영성'이란 말이 이제는 버젓이 과학 분야의 접두사가 돼버린 것이다.아이러니컬하게도 리처드 도킨스가 재직하고 있는 옥스퍼드대는 수사(修士)와 신학자들이 세운 학교다.지금도 그 학교의 문장에는 '주님은 나의 빛이다(Dominus illuminatio mea)'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그런 대학에서 이제 기독교 신자를 자처하는 사람은 교수직을 잡기 힘들어졌다고 하니 무신론의 뿌리가 어느 정도까지 깊어졌는지를 선뜩하게 실감할 수 있다.
인간에게 종교나 신이 필요한 건 반드시 구원 때문이 아니다.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 육체적 조건의 열악성을 극복하는 삶의 수단이자 지혜로서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그러니 종교나 신을 망상의 산물로 치부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으면서도 나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요컨대 과학만능주의적인 공격성이 오히려 과학적 오만과 편견으로 느껴진 때문이다.그래서 그가 편지를 낙찰 받아 후원자로 삼고 싶어 한 아인슈타인의 다른 이야기를 나는 그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실제로 나는 교회나 절에 다니지 않지만 아인슈타인의 다음 말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나는 신앙심이 깊은 무신론자다.이것은 다소 새로운 종류의 종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