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선 프라이빗 뱅킹(PB) 센터에서 관심의 초점인 두 지역을 꼽으라면 베트남과 중남미 지역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최근 들어 경제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가입해 놓은 베트남 펀드를 언제 빼야 할지 궁금해하는 부자들이 많다.

또 중남미 지역은 브라질 증시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면서 추가로 신규 투자에 나설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들 두 지역은 강남 아줌마들에게 뿐만 아니라 '개미'투자자들에게도 시장 전망과 관련해 관심이 높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강남 부자들은 이들 지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먼저 베트남부터 살펴보면,부자들은 '일단 베트남 펀드에 대한 신규 투자는 전면 중단하고 이 지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선 PB팀장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부자들이 베트남 펀드에 신규 자금을 많이 투입한 시기는 작년 4분기다.

당시 고액 자산가들이 베트남 시장에 눈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베트남을 중국의 '대안'으로 생각해서였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주식시장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 했지만,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던 중국 시장의 대타 정도로만 여겼다는 게 정확하다.

그리고 이 같은 인식의 밑바닥에는 한때 과열 양상을 보인 베트남 증시에 대해 '성장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깔려 있었다.

이 때문에 강남 부자들은 베트남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전체 보유 자산 가운데 10% 이내에서 비교적 소규모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초구 서초동 일대에서 영업 중인 한 PB팀장은 "거래 중인 고객 가운데 두 명이 베트남 펀드에 가입했는데,두 명 모두 보유한 금융자산이 50억원을 넘는 사람들"이라며 "이 중 베트남 펀드 가입 금액은 각각 1억원과 1억5000만원으로 비중이 크지 않아 요즘 경제위기 가능성 보도가 나오는데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놔두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묻어두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분당 소재 PB센터 소속의 다른 PB팀장은 "투자에서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부자들의 성향상 언론을 통해 경제위기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베트남 지역 신규 투자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베트남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더 빠지면 신규 가입을 고려해 보겠다는 고객은 몇 명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펀드가 이처럼 부자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과 달리 중남미 지역의 주식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중남미 펀드들은 부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고 있다.

브라질 주식시장의 고공 행진으로 연초부터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미래에셋증권이 팔고 있는 중남미 펀드 가운데는 올해 들어 누적 수익률이 벌써 20%를 돌파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파크뷰지점 PB팀장은 "기업은행의 경우 최근 중남미 주식시장에 주로 투자하면서 전 세계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펀드를 팔고 있는데,올 들어 수익률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다"며 "중국 펀드의 대안으로 중남미 펀드가 떠오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수익률이 좋게 나오다 보니 일부 PB센터에서는 한꺼번에 수억원대의 자금이 몰리기도 한다.

압구정동에 있는 한 시중은행 PB센터는 이곳에만 200억원대의 금융자산을 굴리고 있는 한 고객이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10억원을 중남미 펀드에 모두 집어 넣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이 고객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이곳 PB센터장은 "고객 나름대로 판단이 있어서 고집을 부렸겠지만,그렇게 큰 금액을 한 곳에 몰아 넣을 경우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좀 더 작은 단위로 금액을 쪼개 분산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남미 펀드가 올 들어 부자들 사이에서 각광받고는 있지만,전반적으로는 지금의 재테크 시장이 한 템포 쉬어 가는 타이밍이라는 데 상당수 PB팀장들이 동의하고 있다.

' 덩치'가 큰 자금을 신규로 특정 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잠시 쉬면서 다음 번 큰 장(場)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철민 미래에셋증권 서초로 지점장은 "부자들의 경우 재산을 공격적으로 불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만기가 돌아온 일부 상품에 대한 투자를 고민할 뿐 대규모 신규 투자를 감행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도 무리하게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