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프리카의 세렝게티.초원 위 타조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오후의 평온함도 잠시.저 멀리 먹잇감을 발견한 사자의 추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타조와 사자 간 추격전은 싱겁게 끝나 버렸다.

도망가기에 지친 타조가 끝내 땅속에 머리를 박고 눈을 감아 버린 것.우둔한 타조는 눈을 감아버리면 사자도 사라질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심사과정을 담은 법학교육위원회(법교위) 회의록 누락 의혹 기사를 취재하면서 멍청한 타조의 모습을 떠올렸다.

외면하고 눈만 감으면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믿는 타조와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지난 20일 법원의 명령에 따라 법교위의 회의록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를 직접 살펴본 기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군데군데 누락된 흔적이 역력했고,회의록의 내용도 '성균관대에 정원을 많이주면 고려대가 삐친다'는 식의 유치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정부가 전국 모든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로스쿨을 선정하는 과정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할 수 있었나 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역안배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숱한 의혹을 낳았던 로스쿨 선정 과정의 허술함이 충분히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누락된 부분은 법교위 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작성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다.

회의록 누락 의혹에 대해 아예 눈감아 버린 것이다.

아마도 2009년 3월 개원이 코앞으로 다가온 로스쿨 선정을 이제와서 뒤집을 수 있겠느냐는 안일한 판단 때문일지 모른다.

아니면 회의록 누락 의혹을 특정 대학의 일방적인 주장쯤으로 폄하하거나,이제와서 문제를 제기한들 이 판이 바뀔리 만무하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눈을 감는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동국대를 비롯한 로스쿨예비인가 취소소송을 진행 중인 대학들은 빠른 시일 내 교과부가 제출한 회의록 일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진실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그날에도 교과부가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