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살아남기 경쟁이 치열하다.

눈물을 머금고 감산과 감원을 결정하는가 하면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고 있다.

기름이 적게 드는 하이브리드 카와 소형차 개발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고유가로 타격이 심한 곳은 주로 대형차를 생산해온 GM과 포드 등 미국 회사들이다.

이들은 대형차 생산을 줄이고 종업원을 감축하는 등 추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미국 2위인 포드자동차는 지난 22일 올해 북미 공장에서 기름 소비가 많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감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생산대수를 15% 줄이고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15~20%와 2~8%씩 감산할 방침이다.

내년 경영목표도 흑자 전환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선으로 낮췄다.

이에 앞서 GM은 올해 8만8000대의 픽업트럭과 5만대의 SUV 등 13만8000대를 감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북미 4개 공장에서 3500명가량을 추가 감원할 예정이다.

앙숙 관계였던 경쟁사와 손을 잡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70년간 아웅다웅했던 독일의 BMW와 벤츠는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회사는 특히 강점을 가진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사는 해외에 자동차 공장을 공동으로 설립하기 위해 전략적인 제휴 관계를 맺은 데 이어 엔진과 부품 개발 등에서도 힘을 합칠 계획이다.

크라이슬러와 일본 닛산은 지난달 대형 픽업트럭과 고연비 소형 자동차를 생산해 상대방 회사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크라이슬러가 멕시코 공장에서 닛산 브랜드의 픽업트럭 타이탄을 생산하고,닛산은 일본 공장에서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소형차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북미 픽업트럭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닛산과 소형차 시장 진출을 노리는 크라이슬러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도 프랑스 푸조ㆍ시트로앵그룹(PSA)과 합작을 선언했다.

고유가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등은 가스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 경쟁에 뛰어들었다.

혼다는 저가 하이브리드 차량 2개 모델을 내년까지 개발,고유가로 소형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북미와 유럽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도요타는 마쓰시타와 손잡고 하이브리드카에 탑재할 전지 공장 2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도요타와 마쓰시타의 합작 전지회사인 '파나소닉EV에너지'가 미야기현에 니켈수소전지 공장을,시즈오카현에 차세대형 리튬전지 공장을 각각 세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도요타는 총 1000만대의 생산차량 가운데 10%를 하이브리드카로 채울 예정이다.

신형 하이브리드카 개발에는 92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닛산과 미쓰비시도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 추격을 위해 리튬전지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