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에 STX 조선소 짓는다
STX그룹이 중앙아시아 자원부국 아제르바이잔에 조선소를 짓는다.

원유 집결지인 아제르바이잔에서 생기는 유조선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STX그룹은 전 세계 11개국에 23개의 조선소를 갖게 됐다.

◆2대주주로 실질적 운영

STX그룹은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SOCAR),아제르바이잔투자공사(AIC) 등과 함께 4억3000만달러를 투자,카스피해 연안도시인 수도 바쿠의 남부 가라닥 지역에 2011년까지 조선소를 건립키로 계약을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조선소는 별도법인을 통해 운용되며,법인 지분은 SOCAR가 65%,STX가 25%,AIC가 10%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STX그룹의 투자금액은 전체 공사비 4억3000만달러의 4분의 1 수준인 1억달러 정도가 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분 구조상 2대 주주지만 실질적인 조선소 운영은 STX가 맡게 된다"고 말했다.

◆유조선 시장을 선점하라

조선소가 들어설 바쿠 지역은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야,터키를 잇는 이른바 'BTC 송유관'의 출발점이다.

이란,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인근 산유국의 원유가 집결되는 곳으로 원유 운송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불의 나라'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원유를 활발하게 생산했으나 공산화 이후 주춤했던 아제르바이잔도 최근 들어 유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TX그룹은 이 같은 지역 특성을 감안,아제르바이잔 조선소를 유조선 중심의 생산기지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조선소 최대 주주인 SOCAR가 원유를 캐내 아제르바이잔 국영 해운사인 '카스피해 해운공사'에 운송을 의뢰하면,이 회사가 아제르바이잔 조선소에 유조선 주문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스피해 해운공사'가 보유 중인 대부분의 선박들은 노후된 것이어서 원유 운송 수요가 본격화되면 선박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STX는 예상했다.

◆해외 생산기지 11개국 23곳으로

조선업계 후발주자인 STX그룹은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해 왔다.

진해 부산 등지의 소형 조선소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다롄의 조선소는 지난 4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고 연말쯤 첫 배를 바다에 띄울 예정이다.

작년에는 세계 3대 크루즈 조선소의 하나인 노르웨이 아커야즈의 지분 39.2%를 인수,이달 초 경영권을 확보했다.

2011년 완공을 목표로 1억5000만달러를 들여 베트남에도 조선소를 짓는 중이다.

STX그룹은 조선소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선박을 건조할 계획이다.

중국 다롄은 벌크선과 자동차 운반선,노르웨이 등 유럽지역은 크루즈선과 특수선,베트남은 해양플랜트,진해조선소는 컨테이너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상선을 각각 만든다는 전략이다.

그룹 관계자는 "해외 조선소에 STX가 보유한 중공업과 에너지 분야의 기술을 접목해 건설과 발전 부문 등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