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터넷TV(IPTV)법 시행령안이 그대로 통과돼 통신사업자에 방송 콘텐츠를 모두 퍼주게 되면 중소 케이블 방송 사업자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이덕선 큐릭스 대표)

"방통 융합의 핵심인 IPTV 서비스가 제대로 되려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채널 단위로 방송할 수 있어야 한다."(심주교 KT 상무)

23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IPTV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통신사업자,방송사업자,인터넷 업체들의 공방전이 가열됐다.

IPTV에 꼭 방송해야 할 방송 프로그램을 어느 범위까지 정할 것인지 등 핵심 쟁점을 놓고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들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케이블방송사인 큐릭스 이덕선 대표는 "시행령안은 주요 방송 채널을 통째로 IPTV 사업자에 주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콘텐츠 공급 과정에서 방송사의 협상력이 떨어져 정당한 대가를 받기 어렵다"며 "영세 방송 콘텐츠사업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통신업계 대표로 나선 심주교 KT 상무는 "시행령안은 콘텐츠 동등접근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법에 따라 등록,승인된 지상파ㆍ케이블 방송사업자는 모두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IPTV법의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케이블 업계에는 유선전화 시장의 95%,초고속인터넷시장의 43%를 장악하고 있는 KT에 인기 케이블 채널을 모두 다 내주면 케이블방송 자체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반면 KT 등 통신사들은 인기 채널을 방송하지 못하면 IPTV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KBS 등 지상파방송이 실시간으로 방송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성DMB 사업자 TU미디어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다.

방송ㆍ인터넷 업계와 통신 업계는 네트워크 이용 문제와 KT의 IPTV 사업 조직을 분리해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도 팽팽히 맞섰다.

김철균 오픈IPTV 사장은 "IPTV법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않은 사업자는 아예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봉쇄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KT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용을 신청했는데 퇴짜맞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KT가 망을 제대로 제공할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

권호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KT의 통신시장 지배력이 IPTV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업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심주교 상무는 "IPTV 사업의 회계를 별도로 처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맞섰다.

박노익 방통위 과장은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시행령안에 반영해 내달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8월 말 사업자를 선정하고 9월 말에는 IPTV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