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사로잡은 '놈, 놈, 놈' … 관객 2300명 기립박수
"정말 멋진 영화다. 상업적으로 아주 잘 만들어졌고 또 재미있다."(미국 버라이어티지)

24일(현지 시간) 오후 10시30분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갈라 스크리닝(공식 시사회)이 열린 뤼미에르극장.2300여석의 좌석 대부분은 턱시도나 드레스를 차려입은 관객들로 찼다.

칸 영화제의 실무 책임자인 티에리 프레모 사무국장의 사회로 김지운 감독과 주연배우인 송강호,이병헌,정우성이 레드 카펫을 밟고 함께 입장하자 극장 안은 술렁이며 박수가 쏟아졌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관객들의 눈길을 확 잡아 끈 것은 끝없는 평원을 배경으로 펼쳐진 첫 열차습격 장면.지금까지 만들어진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176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덕인지 박진감 넘치는 비주얼(화면)이 계속되자 이곳 저곳에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배우들도 개성적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이상한 놈' 송강호는 "난 보물을 찾으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땅사서 소하고 돼지,양을 키울거야.그게 다냐고? 개하고 닭도 키울거라니까"고 말하는 등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광기어린 눈빛을 가진 '나쁜 놈' 이병헌은 대단한 카리스마로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촬영 도중 말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기도 했던 '좋은 놈' 정우성의 실감나는 액션도 화제가 됐다.

특히 경쾌한 음악에 맞춰 등장한 그가 질주하는 말의 고삐를 놓은 채 일본군을 향해 사격을 하고 다시 총알을 장전하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냈다.

일본군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자 중국 기자들은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다.

김지운 감독은 "1930년대 광활한 만주 벌판을 말을 타고 질주하는 후반부 장면은 우리 민족의 판타지같은 것"이라며 "아직 편집이 끝나지 않아 국내 개봉본은 이번 칸에서 선보인 것과 결말 등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사가 끝나자 관객들은 10분 가까운 기립 박수로 김 감독과 배우들에게 화답했다.

프랑스 관객 이사벨라씨(49)는 "동양인이 서부극을 한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무척 놀랐다"며 "한국은 '밀양' 같은 예술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의 수준도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7월17일 개봉예정.

칸(프랑스)=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