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는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유가 상승은 공급 부족 탓이라기보다는 신흥국의 빠른 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 때문"이라며 "현재 일본의 물가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아 금리 조절에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라카와 총재가 최근 국회 출석과 일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고유가와 일본 경제 향방'에 대한 견해를 정리한다.

―최근 유가 급등과 과거 오일쇼크는 어떻게 다른가.

"1973년부터의 제1차 오일쇼크는 기본적으로 공급 요인에서 비롯됐다.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석유 공급이 줄어든 것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석유 수요 확대가 유가 상승 요인이다.

투기자금의 상품시장 유입도 한 요인이지만 중국 인도 등의 경제 발전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늘고 있는 게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만 보면 인플레이션도 과거 오일쇼크 때와는 다를 것이다.

1970년대 전반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5~6%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원유가마저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전반적인 물가가 오를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어 2차적,3차적 도미노 물가 상승이 촉발됐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막 벗어나고 있는 단계다.

그때와는 물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최근 '일본 경기의 둔화 조짐이 명백하다'고 밝혔는데.

"일본 기업들의 순이익과 자본투자가 정체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또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플레와 경기 감속 중 어느 쪽 리스크에 더 중점을 두나.

"경기와 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대응이 쉽지 않다.

물가 안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금리정책을 운용한다."

―금리정책 결정 포인트는.

"고유가가 기업 채산성을 보여주는 교역 조건 악화와 내수 감소로 연결되는 마이너스 측면과 산유국 등으로의 수출이 늘어나는 플러스 측면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하강하는 경우 물가에도 하락 압력이 작용할지 여부와 가계나 기업의 인플레 기대가 지금보다 높아질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제로(0)금리' 정책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나.

"어떤 정책을 채용할지는 경제가 처한 조건에 따라 다르다.

끝까지 신중하게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지켜봐야 한다.

다만 과거의 제로금리 정책은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을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효과가 있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