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원 전쟁터에서 한국은 인력ㆍ기술ㆍ자금이 모두 부족하다.

하지만 들고 나갈 무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경제개발의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자원부국들은 최빈국의 하나였던 한국이 한 세대 만에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한 것을 가장 부러워한다.

원조를 받아 연명했던 나라가 원조자금 공여국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특별한 무엇'을 전수받으려는 나라들이 줄을 서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카자흐스탄 대통령 직속 전략연구소의 불라트 술타노브 소장은 "산업다각화에 대한 협력을 집중 논의하고 싶다"며 한국의 노하우를 얻어가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정부는 자원외교의 깃발을 다시 내건 2004년부터 신흥시장국들을 대상으로 경제개발 경험 공유사업(KSP)을 진행해왔다.

우즈베키스탄,아제르바이잔,베트남과 아프리카 가나에까지 산업개발,수출진흥정책,거시금융정책,인적자원 개발,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략 등 중장기 경제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을 컨설팅했다.

하지만 자원전쟁이 격화되면서 '컨설팅'만으론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경제개발의 노하우와 자금,공장건설 등을 한데 묶어 제공하는 '패키지형 자원외교'가 시급해진 것이다.

한승수 총리는 최근 중앙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우즈베키스탄에 2011년까지 1억2000만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제공하는 포괄약정을 체결했고,아제르바이잔에선 "지원을 요청하면 EDCF 자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자원 확보를 전제로 공장,도로,항만,아파트 등을 짓는 각종 경제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이 같은 패키지형 자원외교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한국의 냉난방 기술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구 소련 시절부터 100% 지역 냉난방 시스템에 의존해왔지만 시설이 낙후돼 에너지 효율이 극도로 저하됐다.

배규현 지역난방공사 해외사업팀장은 "중앙아 국가들에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건설해 주고 그 대가로 유전 광구의 지분을 획득하는 패키지딜 자원외교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패키지형 자원외교를 하더라도 '소리나게' 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찬호 주 이라크 대사는 "청와대와 총리실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여기저기서 떠들면 단가만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장에선 행사 위주로 자원외교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