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시대 … 美·日도 '에너지 절약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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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거리 휴가 NO" 日 "관공서 복도 불꺼"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30분 미국 뉴저지주에서 뉴욕 시내로 들어가는 팰리세이드 파크웨이에 있는 주유소.휘발유를 넣기 위해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길이가 평소의 두 배가량으로 20분은 기다려야 휘발유를 넣을 수 있다.
뉴저지주는 유류세율이 6.0%로 뉴욕이 자리 잡은 뉴욕주의 8.5%보다 낮다.
휘발유 값도 싸다.
바쁜 출근 시간이지만 휘발유를 넣으려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휘발유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핵심은 '안 쓰거나 덜 쓰자'다.
자동차 천국인 미국에서는 이날 현재 전국 휘발유값 평균 소매가격이 갤런(3.7ℓ)당 3.88달러.작년 이맘때보다 65센트(20.1%)나 올랐다.
그러니 자동차 사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미 교통부는 지난 3월 미국인들의 자동차 운행 거리가 작년 동기보다 4.3%인 110억마일 줄었다고 발표했다.
운행 거리가 줄기는 1979년 이후 처음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더욱 두드러진다.
현충일에 해당하는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26일)는 여름 휴가철의 출발점이다.
그런데도 메모리얼 데이를 눈앞에 둔 지난주 휘발유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다.
미 에너지국은 올 휘발유 판매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0.6%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들의 휘발유 안 쓰기는 눈물겹다.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코리 아스무스씨(45)는 최근 4800달러짜리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자동차 대신 출퇴근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시카고에 사는 은퇴 노인인 플로리안 바이아라스씨(75)는 아예 폰티악 승용차를 처분했다.
클리블랜드의 데비 글로이드씨(37)는 승용차를 집에 세워 두고 버스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기름이 많이 드는 중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이 최근 1년간 17.5% 떨어진 반면 소형차 값은 2.0% 올랐으며 전기와 기름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카가 인기를 끄는 것도 고유가 때문이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쿄 시내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외무성 청사의 1층 복도는 평소 낮에도 불이 켜져 있었으나 요즘은 어둡다.
사람이 지나갈 때만 센서가 작동해 잠시 전등이 켜졌다가 금세 꺼진다.
시내버스들은 신호 대기 때 시동을 끈다.
자동차 공회전을 막아 휘발유를 아끼기 위해서다.
버스 운전기사 나카무라 쇼이치씨(46)는 "자동차 시동을 걸 때 소모되는 연료는 공회전 3~5초 분량과 같다"며 "6초 이상 정지할 때는 시동을 끄는 게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 2대 경제대국이지만 에너지를 아끼는 데는 자린고비 같다.
1970년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 절약이 생활에 뱄다.
일본 서부 도쿠시마현의 산촌 마을인 가미이타 주민 1만3000여명은 지난 겨울을 난방 없이 지냈다.
관공서도 난방을 껐고 공무원들은 외투를 입은 채 일했다.
가전업체들이 내놓는 각종 절전용 제품은 값이 비싼데도 많이 팔린다.
뉴욕=하영춘/도쿄=차병석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