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데뷔 40년 기념콘서트‥5만 관객 '국민오빠 弼' 꽂히다
역시 조용필(58)이었다.

지난 24일 오후 8시30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조용필이 '가왕(歌王)'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무대였다.

우리나라 가수 중 기업 협찬 없이 티켓 판매로만 5만명의 팬을 한 공연장에 불러들일 수 있는 이는 조용필밖에 없다.

데뷔 40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공연은 당초 4만2000장의 티켓을 준비했으나 매진된 후 추가 판매 요청이 끊이지 않자 5만장으로 늘렸다.

공연장을 채운 관객의 70%가량은 40대 중반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자식들 손을 잡거나 업고 공연장을 찾은 아줌마 아저씨와 할머니 할아버지도 눈에 띄었다.

공연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상영으로 막이 올랐다.

포효하는 표범이 영상에서 사라진 후 몇 초간의 정적이 왔고 '화려한 도시를 꿈꾸며 찾아왔네'라는 목소리와 함께 '그'가 등장했다.

연두색 와이셔츠에 오렌지 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객석에선 "와~"하는 함성이 터졌고 오색 풍선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넓디넓은 객석의 분위기를 단숨에 휘어잡은 조용필은 직접 기타를 들고 '고추잠자리''못찾겠다 꾀꼬리''나는 너 좋아'를 연이어 부르며 전설이 아닌 현역 가수로서의 힘을 보여줬다.

그는 "40년간 고통과 후회，꿈과 희망，사랑과 슬픔이 있었다"며 "이 모든 것을 노래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사랑의 힘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비련''단발머리''바람의 노래''청춘시대''Q' 등을 부를 때는 간이 이동 무대를 통해 객석 중간으로 가로질러 들어갔다.

이때 흥분을 참지 못한 열성 '아줌마 관객'들이 무대로 뛰어들었다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노래에 얽힌 에피소드를 얘기한 후 관객의 합창을 유도했다.

노랫말을 자막 처리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산장의 여인'은 그가 "노래방에 가면 자주 부르는 노래"라며 소개했고,'허공'의 간주가 나올 때는 무슨 노래인지 맞힐 수 있겠냐며 즉석 퀴즈를 냈다.

이번 공연은 조용필의 철저한 팬서비스 정신이 빛난 무대이기도 했다.

무대세트에 투입된 비용은 70억원.40ｍ와 25ｍ짜리 두 개씩 총 네 개의 타워에선 총천연색 조명이 뿜어져 나왔고，세 대의 대형 LED에서는 노래에 맞춰 만든 영상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팬들의 화답도 뒤지지 않았다.

주경기장을 두른 플래카드，자체 제작한 야광봉,'국민오빠 필(弼)''땡큐 조용필'이란 A4사이즈의 종이 등을 준비해 젊은 가수들 팬에 못지 않은 열정을 보여줬다.

준비된 레퍼토리가 끝났지만 기립한 관객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다시 무대에 오른 조용필이 '킬리만자로의 표범''미지의 세계''여행을 떠나요'로 앙코르 곡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여전히 조용필을 연호하며 자리를 지켰다.

그가 두 번째 앙코르로 무대에 나와 '추억속의 재회''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를 열창한 후에야 공연은 끝났다.

이날 잠실 종합경기장엔 조용필 콘서트에 5만여명，프로야구 기아－LG 전 관중 3만여명에 유동인구까지 합해 1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근처 도로는 밤 늦게까지 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조용필 40주년 콘서트'는 전국 20여곳에서 앞으로 7개월간 계속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