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컸던 그는 심장병 주치의인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의 주선으로 지난해 7월 같은 병원의 김제종 비뇨기과 교수를 찾아갔다.

진단을 받아 보니 혈중 남성호르몬이 정상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두 차례에 걸쳐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고난 뒤 성욕도 생기고 무기력증에서 탈피해 새로 뛰어든 운수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임 사장은 지난 19일 병원 뜰에서 김 교수를 만나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을 소상히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교수=남성호르몬 보충 치료를 받기 전과 지금을 비교할 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입니까.


△임 사장=한 주에 두 번가량 부부관계를 가질 정도로 성기능이 개선됐습니다.

아내가 무슨 비방약을 먹었느냐면서 귀찮아할 정도입니다.

나이 든다고 여성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드는 것은 아닌데 남성갱년기 탓인지 멋진 여성을 봐도 자극이 오지 않고 마냥 힘이 빠졌습니다.

그러나 치료 후엔 한창때의 3분의 2 정도로 성적 욕구가 강해져 삶이 전반적으로 활기 넘치게 됐습니다.

△김 교수=운동은 열심히 하나요.

△임 사장=5년 전부터 매주 등산을 시작해 서울 근교의 웬만한 산은 다 다녀봤습니다.

골프도 한 달에 두세 번 하고요.

운동과 약물치료 중 어떤 게 갱년기 극복에 더 중요한가요.

△김 교수=등산이면 훌륭한 운동입니다.

남성갱년기란 개념이 본격 등장한 것으로 약 10년 전입니다.

의학적으로는 '후기발현 성선기능저하증'이라고 부르다가 최근에는 '남성호르몬결핍증후군'(TDS)으로 부릅니다.

남성갱년기는 남성호르몬의 저하가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게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갱년기증후군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바로 비만 고지혈증 우울증 근력감퇴까지 야기하는 복합적인 증상의 집합체라는 것이죠.약을 통해 일시적으로 남성호르몬을 올릴 수 있지만 운동이 병행되지 않으면 갱년기 증상을 유발하는 성인병과 대사증후군이 개선되지 않으므로 효과는 반감되기 쉽습니다.

다시 말해 운동은 식사조절 금연 절주 등 건전한 생활습관을 대변하는 것이고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약은 보조적 수단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임 사장=제가 강직성 척추염도 앓고 있는데 이것이 성욕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까.

△김 교수=성관계를 가질 때 척추염이 있으면 허리에 통증을 느껴 성감이 떨어지게 마련이죠.하지만 성욕을 잃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임 사장=그렇군요.

호르몬 치료로 컨디션이 좋아지니까 성교할 때 이렇다할 통증은 못 느끼겠던데요.

그럼 제가 사용하는 호르몬 주사제는 어떤 것입니까.

△김 교수=석 달에 한 번씩 맞는 '네비도'(바이엘 제품)입니다.

2∼3주에 한번 맞는 기존 주사제는 네비도에 비해 자주 맞아 불편하고 맞고 난 직후에는 남성호르몬치가 정상치를 훨씬 웃돌다가 다음번 주사 맞기 직전에는 정상치 이하로 떨어지는 등 들쭉날쭉한 게 문제죠.반면 네비도는 혈중 남성호르몬치가 항상 정상범위에 놓여있어 생체리듬에 부합합니다.

△임 사장=생체리듬이라….아닌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기가 유도돼 기분이 좋습니다.

나이가 드니 성관계의 횟수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남성호르몬 수치는 얼마나 되고 네비도는 언제까지 맞아야 하나요.

△김 교수=작년 11월 처음 혈중 남성호르몬(총테스토스테론)을 쟀을 때에는 수치가 276ng/㎗ 이하(정상치는 350ng/㎗ 이상)였는데 주사제를 처음 맞고 난 후인 1월 말에는 388,두번째 맞은 후인 4월 말에는 389로 안정되게 정상 범위에 있습니다.

남성호르몬 요법이 전립선암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전립선특이항원(PSA)도 체크하고 있는데 0.544 ng/㎖여서 상한선인 3 이하보다 현저하게 낮아 안심해도 좋은 상태입니다.

언제까지 치료해야 하느냐는 의사마다 판단이 다른데 저는 2년 정도 시도했다가 끊고 환자가 심한 불편을 느낀다고 호소하면 그때 가서 계속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별도 처방한 발기부전약(바이엘 '레비트라')은 가끔 이용하시나요.

△임 사장=제가 심장병을 앓은 경험이 있어 위험하다고 생각해 쓰지 않고 있습니다.

△김 교수=그건 이미 제가 알고 처방했죠.협심증에 걸렸더라도 현재 건강을 회복해 질산염 계열 혈관확장제를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 없습니다.

발기부전약의 심장병이나 부정맥에 대한 위험이 과도하게 알려져 있는데,예컨대 양손에 무거운 책을 3권씩 들고 3층 정도 계단을 올라가는 데 문제가 없는 정도의 심장 상태라면 발기부전약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 사장=그래요.

그렇다면 한번 활용해봐야 겠군요.

발기약 중에는 뭐가 좋나요.

△김 교수=한국 사람은 음경이 작아도 발기강직도가 서구인보다 높은데 제가 처방한 레비트라가 가장 적은 용량으로 가장 강한 발기강직도를 유지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뇨병 등 성인병을 앓아 발기부전인 사람에게도 다른 약보다 다소 나은 효과를 발휘하지요.

△임 사장=제 친구 중에 전립선염으로 술을 못 마시고 잠자리에도 잘 들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진 사람이 있는데 한번 데려와볼까요.

△김 교수=그만한 나이에 전립선염이 있으면 대개 전립선비대증도 동반하고 배뇨장애가 생겨 성욕도 같이 떨어집니다.

남성갱년기 증상일 가능성이 높고 발기부전도 뒤따르죠.한번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임 사장=교수님이 워낙 진솔하게 말씀해줘서 믿음이 갑니다.

△김 교수=좋은 약이나 수술보다도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가 더 좋은 치료의 밑바탕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임 사장님은 의사의 말을 잘 따르는 훌륭한 환자고요.

성기능장애 질환은 사이비 조언자인 주위 사람의 말만 듣고 강정제에 의존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기피하기 쉽습니다.

질환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남성갱년기와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