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다음 달 말까지 전략기획실을 해체할 예정인 가운데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총괄 부회장 직속 조직이 주목받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 기능이 없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사실상의 '맏형' 역할을 해야 하고,이럴 경우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 조직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조직 개편과 보직 인사에서 부회장 직속 조직의 규모와 역할이 대폭 확대된 것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직속조직규모 대폭 커져


지금까지 삼성전자 총괄 부회장 직속 조직은 글로벌마케팅실(GMO)과 CCO(고객총괄책임자) 등 두 곳만 있었다.

이재용 전무가 맡았던 CCO 조직에 별도의 팀원이 배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회장 직속 조직은 한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조직 개편을 통해 부회장 직속 조직의 규모는 대폭 커졌다.

먼저 상생협력실이 신설됐다.

디지털미디어(DM)총괄 경영지원팀장 출신인 조원국 부사장이 이끄는 이 팀은 당초 별다른 권한과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부속 조직으로 여겨졌지만,실상은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규모도 중남미총괄법인장을 맡았던 박종원 전무를 비롯해 무려 70여명이나 된다.

특히 이 팀은 국내 협력사들과의 구매 및 단가 협상 등의 역할과 함께 이재용 전무가 맡았던 CCO 업무(해외 거래처 관리)까지 맡을 예정이다.

임형규 사장이 이끄는 신사업팀도 새로 생긴 부회장 직속 조직.작년 그룹 차원에서 만든 신수종 태스크포스(TF)를 모태로 한 이 조직은 앞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 업무를 맡는다.

삼성은 이를 위해 신수종 TF 소속이던 김태한 삼성토탈 전무와 고한승 종합기술원 상무를 삼성전자 소속으로 전환,신사업팀에 배치했다.

GMO의 역할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이 조직은 앞으로 삼성전자 모든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통합.관리하는 업무 외에 전략기획실에서 맡아온 삼성그룹의 통합 CI(기업 이미지) 관리 업무도 맡을 예정이다.


◆전략기획실 기능 얼마나 이전될까





전략기획실이 맡고 있던 일부 기능을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 조직이 담당함에 따라 전략기획실의 또 다른 기능 이관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금까지 전략기획실은 △계열사 간 중복사업 교통정리 △대규모 신규 투자.M&A(기업 인수.합병) 관련 의사결정 △신입사원 등 인력 채용 및 재교육 △대외 협력업무 총괄 등의 기능을 맡아왔다.

이들 기능 중 신규 투자 결정,인력 채용 등은 향후 계열사별로 계획을 세우고 사장단협의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맡을 수밖에 없는 기능도 있다.

대표적인 게 계열사 간 중복사업 정리 기능.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등 그룹 매출의 50% 이상을 전자 계열사들이 맡고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중복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 간 협업 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