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자 파업…파업… 적자 걱정할 판"

"10여년 전 베트남에 공장을 짓기로 했던 결정에 대해 단 한번의 후회가 없었는데,올 들어서만 갑작스레 두 차례의 파업을 겪고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이대로 가다간 2~3년 후엔 아프리카 등으로 옮겨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앞서네요."

베트남 호찌민시 외곽 구찌지역 등에 있는 3개 공장에서 5000명 종업원이 하루 1만5000장의 티셔츠를 만들어 내는 새화비나㈜ 정재원 부사장(55)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100% 한국 자본으로 설립된 중견 봉제업체로 주로 미국에 티셔츠를 수출한다.

선배인 공종식 사장을 도와 공장 일을 도맡아 하는 정 부사장은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여겨왔다.

여기서 일하며 한국에서의 사업 실패를 만회하고 두 딸의 공부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베트남 경제가 어려워지고 물가가 급등하자 그도 덩달아 마음이 불안해지고 있다.

"올 1월 어느 날 출근한 직원들이 웅성웅성하더니 갑자기 단체로 회사문을 나가버리더군요. 사회주의 국가여서 파업은 불법인 데도 단체행동으로 나오니 대책이 없더군요. 서운했지만 16%나 급여를 인상해 주고 마무리했는데,지난달에 다시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두 번째 파업에 나서 또 10%를 올려줬습니다."

두 번의 인상으로 새화비나 종업원들의 1인당 급여는 월 85~90달러로 높아졌다.

2006년 50달러에 비하면 80%가량 급상승한 수준이다.

90달러면 9만원 정도이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종업원이 5000명에 달해 적은 부담이 아니다.

"회사가 월150달러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물가가 자꾸 오르면 또 요구가 있을지 모르는데 그때는 정말 다급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올려주다 보면 2~3년 내 훌쩍 손익분기점을 밑돌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 부사장에 따르면 한국 해외봉제업은 미국령이어서 30%의 통관세를 안내도 되는 사이판에서 시작해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중국 등을 거쳐 지금은 베트남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인건비가 싼 곳을 찾아다니기 마련이에요.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는 물론 사람들의 손재주가 좋고 같은 유교권 문화여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맘에 꼭 들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요즘은 서운하기도 합니다."

인건비 말고도 걱정거리는 하나둘씩 늘고 있다.

처음 진출할 때 외국인 투자기업에 주던 '법인세 5년 면제,5년 50% 감면'의 혜택이 2006년으로 끝나 작년부터는 세금을 내야 한다.

10%였던 법인세율도 마침 지난해부터 20%로 높아져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또 전자회사 등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은 직장으로 자꾸만 사람이 빠져나가는 것도 신경쓰이는 일이다.

그는 "베트남에 우리처럼 티셔츠 전문 한국 봉제업체만 150여개가 들어와 있는데 고민은 다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부사장은 특히 베트남의 경제 불안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점을 가장 염려했다.

"베트남 경제가 빨리 본궤도로 돌아와 예측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요즘 같으면 한 달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요. "

이성훈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장은 "베트남 진출 의사가 있는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이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하더라도 더 이상 무조건적인 진입이 허용되는 '블루오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찌=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