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새끼 발가락의 아래 관절도 바깥 쪽으로 돌출하고 염증으로 빨갛게 변하는 소건막류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쁜 발 모양을 내느라 '제2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발이 혹사당하고 있다.
발은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로 이뤄져 있는데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30∼40%가 무지외반증을 갖고 있다.
무지외반증의 원인은 가족력이 절반,불편한 신발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이 앞이 좁거나 자기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발병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유전적 요인이 없더라도 하이힐과 같은 신발을 장기적으로 신게 되면 후천적으로 발생하기 쉽다.
무지외반증 초기에는 엄지발가락이 빨갛게 변하고 때때로 통증을 느끼게 돼 대부분 질환이라기보다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엄지발가락이 지속적으로 아프며 나머지 발가락에 체중이 옮겨져 발바닥에 굳은 살이 생기는 것은 물론 신경이 뭉쳐 발바닥 앞쪽 부위까지 통증이 번진다.
이는 비정상적인 보행을 유도하고 발목 무릎 허리 등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해 2차적인 질환을 초래하게 된다.
'O'자형 다리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는 상당수가 무지외반증이란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초기엔 볼이 넓은 신발이나 엄지발가락에 밴드를 걸어 잡아당기는 보조기를 이용해볼 수 있으나 대부분 수술시기를 늦추는 정도에 불과하며 완치하긴 어렵다.
따라서 수술이 주된 치료방법이다.
과거에는 튀어나온 부분만 절제하고 연부조직을 재건해 재발이 잦았으나 요즘엔 발가락 뼈를 끊어 방향을 돌려준 다음 핀이나 나사를 박는 100가지 이상의 절골술이 개발됐다.
환자의 발가락 휘어진 정도가 클수록 발등에 가까운 쪽의 뼈를 절골하고 심한 경우에는 엄지발가락 끝의 뼈를 한번 더 절골하는 방법을 쓴다.
엄지발가락 뼈 자체를 돌려주므로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재발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수술 후 6주 간 깁스를 했으나 지금은 특수신발이 나와 수술 후 3일째부터 목발 없이 걸어다닐 수 있게 됐다.
수술시 뼈에 박은 핀은 완치 후 제거하는 게 원칙이나 나사는 불편하지 않은 경우 남기는 게 대부분이다.
수술시간은 30∼40분 정도로 짧으며 전신마취가 아닌 발목 아래만 국소마취하므로 회복이 빠르고 며칠만 입원하면 충분하다.
2∼3시간 정도 걷거나 4∼5시간 서 있을 때 엄지발가락에 통증을 느끼거나,두번째 세번째 발가락이 같이 비뚤어져 있을 때,엄지발가락이 체중을 감당하지 못해 요통 무릎통증 등이 유발될 때,보기에 너무 흉한 경우 수술을 받는 게 좋다.
소건막류도 일종의 절골술을 하는데 최근에는 발가락을 1㎝ 안팎 절개해 10∼15분만에 마치는 수술법이 도입되고 있다.
이 수술은 새끼발가락 아래 뼈를 끊은 뒤 나사나 핀으로 튀어나온 새끼발가락 부위를 안으로 밀어넣어 준다.
특수신발을 4∼6주간 신으면 절골됐던 뼈가 아물고 이 때 고정물을 제거하면 된다.
원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발폭도 줄일 수 있다.
무지외반증 및 소건막류의 수술을 통한 치료성공률은 대개 95%를 넘는다.
수술 후 약 2∼3개월이 지난 다음부터 평소 신던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하이힐이나 코가 좁은 신발은 수술 후 6개월 정도 피하는 게 좋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박의현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