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제8회 한경 기업사랑 음악회'에서 마지막 곡인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가 끝나자 관객들은 감동에 젖은 얼굴로 5분여간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지휘자 금난새씨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기대 이상의 반응에 놀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앙코르곡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로 화답했다.

이날 무대는 객석과 동떨어진 분위기로 흘러가기 쉬운 여느 클래식 공연과 전혀 달랐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금씨 특유의 편안한 진행과 재기 넘치는 해설로 관객들의 긴장감은 단숨에 풀어졌다.

음악회의 1부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의 '라보엠' 하이라이트 연주로 시작됐다.

'라보엠'은 파리의 가난한 무명 시인 로돌포와 수를 놓으며 생계를 꾸려가는 처녀 미미의 슬픈 사랑 이야기.객석과 호흡을 잘 맞추는 것으로 정평이 난 소프라노 서활란과 서정적 분위기의 테너 나승서가 미미와 로돌포 역을 맡았다.

금씨는 로돌포가 미미의 예기치 못한 방문으로 가슴 설레는 장면,미미가 수줍은 듯 하면서도 로돌포를 유혹하는 모습 등을 섬세하면서도 유머있게 설명했다.

로돌포가 미미에게 키스하려고 다가가는 장면에서는 "두 성악가가 정말 할지 안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해 객석에선 폭소가 터졌다.

무대에 나온 이들이 미미와 로돌포가 다락방에서 이웃으로 처음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자 금씨의 사전 설명을 들은 관객들은 웃음소리와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나씨가 '그대의 찬 손'을 부르면서 하이C의 고음을 힘있게 치고 올라가자 여기저기서 "브라보"가 터져나왔다.

서씨도 '내 이름은 미미'에서 맑고 깨끗하면서도 힘있는 소프라노의 진가를 보여줬다.

이 외에도 이들은 이중창 '오 사랑스런 아가씨'로 객석을 흥분시켰다.

1부의 마지막에서 금씨는 2부에서 이어질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의 배경을 미리 설명해줬다.

그는 "2부에서는 마치 우리가 원래 다 알았다는 듯이 능숙하게 한번 들어보자"며 관객들이 곡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애를 썼다.

2부에서 연주된 '스코틀랜드'는 멘델스존의 5개 교향곡 중 가장 활발하게 연주되는 곡.작곡가가 1829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풍물을 표현한 작품이다.

제3번 교향곡이긴 하지만 곡이 완성된 것은 13년이 지난 1842년으로 멘델스존의 마지막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유라시안 필은 고요함과 우울함,켈트인 특유의 호전적인 민족성,스코틀랜드가 주는 낭만적인 분위기 등 제1악장부터 4악장까지 변화무쌍한 이 곡을 노련하게 소화했다.

특히 다른 교향곡과 달리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쉬지 않고 연주해야 했는데도,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물흐르는 듯한 연주를 선보여 곡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딸,부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는 회사원 박재민씨(43)는 "두 성악가의 무대 매너는 물론 지휘자의 재기넘치는 진행,유라시안 필의 유려한 연주 등 모든 것이 좋았다"면서 "두 딸은 클래식 공연을 처음 봤지만 별로 지루해하지 않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