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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확대키 위한 관련법을 제정해 중소기업 활성화에 나선다.

중기청은 올해 안에 (가칭)중소기업제품 판매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개발 뒤 판로확보의 어려움'이란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로 상품을 잘 만들어 놓고도 팔리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시장에 물건을 내놓았다가 홍보부족과 마케팅 애로로 참패를 당한 기업도 부지기수다.

기술이 좋아도 신제품의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안정된 판로를 열어주는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상품화 이후의 판로 개척에서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16년 동안 300억원 이상의 개인재산을 털어 대체에너지기기를 개발해온 중소기업 H사의 사례를 보자. H사는 1992년,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업종인 폐열발전소 및 대체에너지 회사를 설립한 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이 회사 L사장은 폐타이어 및 폐수지류 등 버려진 자원을 이용한 대체에너지가 자원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젊음을 대체에너지화기기 개발과 맞바꿨다.

그의 예견은 사실이었다.

1990년대 평균 15달러를 유지하던 배럴당 유가가 현재 130달러를 넘게 치솟았고,정부는 뒤늦게 대체에너지산업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화두가 되면서 대체에너지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나가고 판로를 확보 못한 탓에 아픔을 맛봐야 했다.

H사는 1990년대 후반 폐타이어와 폐수지류를 소각해 대체에너지를 생성하는 폐열보일러(제품명ㆍ온실난방용 대체에너지화기기)를 개발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치(600ppm)의 50분의 1 수준(12.34ppm)인 이 보일러는 고온(섭씨 1600도)으로 환경공해 물질을 완전 연소시키며 열효율이 원유의 90%에 달할 정도로 높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이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기술은 과거 농림부 농기계구입지원 사업 융자지원 기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방만한 부채와 WTO체제를 맞아 농어촌의 가계 현실은 1980년대 이전으로 후퇴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좋다는 사실을 알지만,이를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농가는 전체에서 1%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죠." 아까운 기술을 개발해 놓고 수요처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L사장은 기술을 사장시킬 수 없어 군(軍)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군 당국이 헬기까지 동원해 폐타이어를 수거하는 모습을 접하고 국방부를 수차례 방문해 폐타이어보일러를 각 부대에 의무 설치하는 방안을 타진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귀사의 보일러가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 된다'는 문서만 달랑 받은 채 추가적인 진척이 없는 상황인 것.

H사의 사례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놓고 수요처를 찾지 못하는 많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실제로는 산업의 전 과정을 담당하고 제조 및 서비스현장 곳곳을 자신들의 땀방울로 적시면서도 정작 과실을 따지 못하는 대부분 중소기업의 아픔과 맞닿아 있다.

이들의 바람은 간단하다.

"실력만큼 인정을 받자는 것." 기업생존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자체 기술개발이지만,중소기업이 넘어야 할 산은 대기업보다 훨씬 높다.

기술의 상용화라는 거대한 장벽이 버티고 있다.

이른바 '1등 기술의 순환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핵심기술 개발을 최상의 과제로 설정하고 거액을 쏟아 붓는 중소기업의 활로를 터 줘야한다.

기술은 다른 분야와 달리 단기간의 축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성숙단계에 진입하면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상용화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자체를 사업화하는 작업과 마케팅도 중요하지만,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는 게 함께 필요하다.

나라마다 기업마다 사력을 다해 뛰는 기술전쟁시대. 한 손엔 신기술,한 손엔 계약서를 움켜쥐고서 기술전쟁 그 최일선에서 '경제용병'을 자처하는 강소(强小) 기업의 생존통로를 열어줘야 한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