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이 일정한 정도의 대형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앞으로 개방될 법률시장에서 견디기 힘들죠."

지난 22일 조인식을 갖고 합병한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양영태 대표변호사(연수원 24기)는 성장 과정과 성향이 다른 지평과 지성 간 합병을 무사히 이끌어낸 원동력에 대해 "대형화의 필요성을 양측 모두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26일 밝혔다.

양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률시장은 규모에 굉장히 민감해 일정 수준의 규모가 되지 않으면 고객과 일할 기회가 제한되기 쉽다"며 "향후 법률시장이 개방됐을 때 제휴를 맺는 등 다양한 협상카드를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대형화는 필수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로펌 지평지성은 율촌에 이어 7번째로 국내 변호사 숫자(104명)가 100명을 넘긴 대형로펌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지평은 지난해 법무법인 세종과도 합병설이 있었다.

하지만 대형로펌에 흡수합병되면 처음 지평을 만들 때 내걸었던 가치와 전략을 고수할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했다.

또 지평을 만든 주역들이 세종 출신의 변호사였다는 점도 감안됐다.

이후 지평은 로펌 30여곳을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지성을 낙점했다.

양 변호사는 "각각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인수합병(M&A) 분야와 노동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대등한 합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평지성은 지평이 이미 진출해 있는 중국 상하이,베트남 호찌민 지사 이외에도 연내에 베이징 및 하노이에 추가로 사무소를 낼 예정이다.

양 변호사는 "해외사업본부를 만들어 중국,베트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지성이 이미 진출해 있는 필리핀에도 사무실을 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에도 진출해 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일할 계획"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용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양 변호사는 운동권 출신으로, 민변 사무차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0년 3월 법무법인 세종에서 동료 변호사 10여명과 함께 분가해 지평을 설립했다.

사법연수원 수석졸업자 등 우수 인력을 영입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