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콜로니얼CC(파70) 18번홀(파4.길이433야드).우승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미국PGA투어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10만달러) 최종라운드 최종홀 경기가 벌어졌다.

우승후보인 '왼손잡이' 필 미켈슨(38.미국)의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왼편 러프로 날아갔다.

그린까지는 140야드밖에 안 남았지만,라이가 좋지 않은 데다 플레이선에 큰 나무들이 버티고 있었다.

미켈슨 및 그와 우승을 다투는 로드 팸플링,팀 클라크(이상 호주)가 모두 13언더파로 공동 선두여서 미켈슨으로서는 그 샷이 삐끗하면 우승이 날아가버릴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

미켈슨은 그러나 '레이 업'(안전하게 우회하는 샷)을 하지 않고,곧바로 그린을 노려 승부를 걸었다.

안전한 파세이브보다 공격적인 버디를 선호하는 그의 승부사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동반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갭웨지를 떠난 볼은 나뭇가지를 툭탁 맞히더니 붕 떠 나갔고,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진 뒤 굴러 홀 옆 2.7m 지점에 멈췄다.

72번째홀에서 위기의 순간을 버디 기회로 탈바꿈시킨 것.

그 샷을 지켜본 팸플링조차 "세계랭킹 2위만이 할 수 있는 샷"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켈슨 자신도 "운도 따랐지만 내 역대 최고의 샷 다섯 개 중 하나로 꼽을 만한 굿 샷이었다"고 자평했다.

갤러리들의 박수 속에 그린에 오른 미켈슨은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승리를 확인했다.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66타(65.68.65.68)로 팸플링과 클라크에 1타 앞선 것이다.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에 이어 시즌 2승째이고,투어 통산 34승째다.

우승상금 109만8000달러를 손에 쥔 미켈슨은 통산 상금이 4914만여달러(약 510억원)에 달해 5000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었다.

통산 상금이 그보다 많은 선수는 타이거 우즈와 비제이 싱뿐이다.

위창수(36.테일러메이드)는 합계 4언더파 276타로 공동 15위를 차지했고,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은 1언더파 279타로 공동 40위,나상욱(24.코브라골프)은 2오버파 282타로 공동 59위에 그쳤다.

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2라운드 후 1타차로 커트탈락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