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공장지대.400여개의 철강공장이 오밀조밀 모여 성업 중이었다.

귀를 찢는 듯한 기계소음과 좁고 지저분한 골목은 이곳만의 오래된 풍경이다.

이곳에도 앞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문래동과 같은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 건축을 불허해왔다.

베드타운화하는 서울의 산업기반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환경개선을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거센 데다 시의회가 최근 공동주택 허용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안을 단독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시는 결국 일부 지역에서 공동주택 건립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대신 공장면적의 일정 비율 만큼은 아파트형 공장 등 산업시설을 짓도록 했다.

그렇다면 시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산업기반 보호는 어떻게 된 걸까.

시는 일단 용적률 상향조정을 통해 산업공간을 현재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현재 공장의 용적률은 평균 150% 수준이어서 부지를 다소 줄인다 하더라도 용적률을 400%로 높여줄 경우 현 수준의 공간 확보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간 확보만 되면 끝나는 문제일까.

문래동4가에서 철제 밸브 생산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 사장은 최근 사업확장을 위해 근처의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았지만 입주를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은 "무거운 기계를 고층으로 옮기기 어려운 데다 소음 등의 문제로 인해 사실상 오피스로 활용되는 아파트형 공장에 우리 같은 업종의 입주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세 철강업자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약 13~16㎡(4~5평)의 작업장에서 20여년간 금형업을 해온 이모 사장은 "비싼 임대료도 문제지만 그보다 아파트형 공장의 최소 분양면적이 130㎡(40평)대 이상이다 보니 우리 같은 영세 공업인들은 자연히 서울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곳에 공동주택과 함께 아파트형 공장을 짓는다 하더라도 이들 철강 관련 제조업종은 서울에서 사라진다.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 허용 문제를 단순한 도시계획이 아닌 서울의 산업 정책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이유다.

이호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