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비행기 편수를 추가로 줄이거나 운항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고유가로 유류비 부담이 경영 전반을 압박할 정도로 커진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국제항공유 가격은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원유(WTI)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이어서 항공사들의 추가 운항 중단과 감편에 따른 해외 여행객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괌 일본 등 주요 노선도 감편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추가 감편이나 운항 중단 등의 고강도 자구책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괌,일본,베트남 등 16개 국제 노선에 대해 다음달부터 7월 중순까지 운항편수를 줄이거나 한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인천~괌 노선의 운항횟수는 14회에서 7회로 절반으로 감축된다.

부산~하노이,청주~상하이,인천~싼야,대구~베이징 등 4개 노선은 6월,7월 운항이 일시 중단된다.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기름이 덜 드는 비행기를 대체 투입키로 하고 인천~마닐라,인천~베이징 등 4개 노선은 기종변경 작업에 들어갔다.

화물노선도 유류비 부담이 덜한 쪽으로 조정을 검토 중이다.

미국 LA와 오스트리아 빈 등의 일부 화물노선은 당분간 중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2일 부산~시안(중국) 노선을 6월 한 달 동안 중단하고 부산~마닐라,대구~베이징 노선은 운항횟수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인천~창춘(중국) 노선 등에 대해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유가로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어 일시 운항 중단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연간 10주 이상 운항하지 않으면 2년간 해당 노선에 비행기를 띄울 수 없도록 돼 있는 규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편 우려되는 해외여행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유 상승 속도가 WTI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초까지 WTI와 항공유 간 가격차는 배럴당 10~20달러 수준이었다.

지난 3월부터 국제 항공유 오름세가 가팔라지자 가격차는 3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WTI가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70달러로 뛰었다.

전체 비용의 30~40%를 기름값으로 지출하는 항공사로선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항공유 급등으로 항공사들이 감편이나 운항 중단에 나서면서 해외 여행객들도 불편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중국 동남아 지역의 운항 편수를 줄이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중저가 해외여행 상품을 계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