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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원자재값에 도무지 기업할 맛이 안 납니다."

고유가 행진이 제동력을 잃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33달러를 넘어서는 등 초고유가시대를 맞아 산업계 전반에 '3차 오일쇼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석유에서 나오는 PE(폴리에틸렌)로 산업용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의 A사는 올 들어서만 원료비 부담이 50%나 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 김 모 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받은,많지 않은 자금과 은행 대출을 받아 공장을 돌리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역전현상을 보이면서 경유를 산업용 및 수송용 유류로 쓰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타격은 치명적이다.

정부의 의도적인 고환율정책에 힘입어 그나마 대기업 중심의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으나,중소기업들은 아예 고유가 대책을 세울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일부 영세 기업의 경우 도산하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나마 사정이 나은 업체도 걱정이 태산인 상황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마련한 ABS(Asset Backed Securities)증권 발행 신청규모도 1조6000억원대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ABS증권 발행 신청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경영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까지 ABS 증권발행 신청서를 접수 받은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534개 업체가 1조6680억원을 신청했고,이 가운데 경기도는 157개 업체 4676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7배 규모다.

중진공 관계자는 "ABS증권 발행을 신청한 기업의 증가는 경영악화 등으로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들의 자금난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아랍 소사이어티 창설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요세프 총재는 "현재의 유가급등세는 미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 투기적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며 "지금 석유생산량은 수요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으며 올해 말까지 큰폭의 증산은 없고 앞으로 조금씩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고유가시대 극복을 위해 정부와 재계의 대책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에너지 소비 자율 감축 목표 수립을 위한 업계 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5일 '산업계 에너지 소비 자율 감축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업종별로 2000년 에너지 소비량 대비 몇%를 감축한다'는 자율협약을 내걸고 실현한다는 것.

정부관계자는 "한국의 에너지 다소비산업(전력 가스 수도 운수 화학 등) 비중은 26%로 고유가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정부와 재계가 산업별로 에너지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자는 취지에서 자율협약을 맺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9988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국내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야 우리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이노베이션코리아운동을 전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려운 고유가시대를 맞아 중소기업도 다시 한번 에너지절약에 허리띠를 졸라맬 때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