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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식품업계에는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지난 2월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던 과자에서 쥐머리가 발견되면서 떠들썩했던 식품 이물질 악재가 칼날이 든 참치,철 조각이 박힌 햄버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수라고 넘기기엔 너무 잦은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하지만 모든 식품업체들이 '가시방석'에 앉은 것은 아니다.

그동안 식품 안전과 위생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지켜왔던 기업들은 오히려 '이물질 사고 제로'란 자랑스런 성적표를 내밀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맛김 제조업체 만전식품㈜(대표 정재강 www.manjun.net)도 이런 기업들 중 하나다.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제품,품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1979년 창업 이래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식품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량률 0%'기록과 함께 김 제품 고급화 전략으로 제2의 도약을 꾀하는 이 회사의 성공 경영법을 알아본다.

●깨끗한 공정과 좋은 재료 선별은'철칙'

원료공급기를 통해 선별대 위에 올려 진 김 원초는 이물질 선별기와 금속 탐지기를 거친다.

이중 삼중으로 이물질이 걸러진 원초가 다시 김으로 가공된다.

다른 한쪽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옷과 파란 장갑,마스크,갈색 앞치마를 착용한 생산직원들이 자동화 기계 속에서 네모 반듯하게 잘려 나오는 김을 포장 용기에 담는다.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진공 캔 방식의 포장 용기는 김의 변질을 막고 바삭바삭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만전식품 생산 공장의 풍경이다.

이 공장 앞에는 '품질은 인격이다'란 구호가 새겨진 간판석이 우뚝 서있다.

이 회사는 2000년 현대식 자동화 공장을 준공했다.

위생시설을 갖춘 최신식 설비와 공정 개선을 통해 품질 향상에 만전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먼저 생산관리ㆍ품질관리를 표준화하고 생산 라인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하는 등 제품 생산 환경을 개선했다.

또 쾌적한 작업환경을 위해 중앙 공급식 공조 설비를 설치했다.

작업자들에게는 위생교육과 안전교육을 반복적으로 실시,교체된 생산설비에 적응토록 했다.

2002년에는 ISO14001(환경경영인증),ISO9001(품질인증),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획득해 대외 공신력도 얻었다.

제품 공정보다 더 중요하고 엄격하게 거치는 과정은 원료 확보다.

정재강 대표와 담당 직원들은 매일 새벽 도매시장에 들러 100% 국내산 원초 중에서도 질 좋은 제품을 꼼꼼히 선별해 구매한다.

김을 굽기 전에 바르는 올리브유,포도씨유 등의 기름 하나도 최상의 재료를 선택한다.

1990년 강화도에 건립한 자체 김 양식장과 김 건조장에서도 품질 좋은 원초 생산에 공을 들이긴 마찬가지다.

'좋은 제품은 좋은 원료에서 출발한다'는 식품업계의 철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화려한 마케팅이 아닌 '정직한 먹을거리'가 진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강조한다.

●美 국방성 납품ㆍ전세계 미군부대 공급

만전식품의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맛 좋은 김'의 대명사로 통한다.

김의 종주국답게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에도 1992년부터 수출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김의 95%는 만전식품의 브랜드를 달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네덜란드,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콜롬비아 등에도 제품을 수출,2005년에는 연간 수출액 200만달러를 돌파했다.

2006년에는 국내 조미김 업계 최초로 미 국방성의 식품납품 허가 승인을 받아 전 세계 미군부대에 김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제34회 상공의 날에는 그간의 해외활동 성과를 인정받아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1993년부터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유명백화점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이후 E마트 등 대형마트와 훼미리마트 등의 편의점으로도 유통망을 넓혔다.

●맛 차별화한 '기능성 김' 잇따라 선봬

만전식품의 제품군은 150가지가 넘는다.

전통 김에서 요리용 김,기능성 김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돌김,재래김,파래김,김밥ㆍ초밥ㆍ삼각김밥용 김 등이 있다.

김치맛ㆍ카레맛ㆍ자장맛의 자반과 미역ㆍ고추ㆍ다시마를 재료로 한 부각도 생산한다.

2006년에는 일본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다래 김','고추냉이 김','와사비 김' 등 독특한 기능성 김을 선보였다.

김에 벌꿀이 들어간 특수소스를 발라 맛을 차별화한 것이다.

정 대표는 "기존 김은 기름을 발라 구운 뒤 소금을 뿌려 제조하는 일반적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맛을 다양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맛의 품격을 높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김도 고급 반찬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신제품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새로 출시한 기능성 김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쌀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미주와 유럽지역에서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 대표는 "기존에는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김 제품이 주류를 이뤄 미국이나 유럽 등에 수출이 쉽지 않았다"며 "신제품 개발을 계기로 수출시장도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만전식품은 올해 해외에서 열리는 식품 전시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해외마케팅에 주력, 수출대상국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특히 생활수준이 향상된 중국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해 대 중국 마케팅에 집중할 예정이다.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소신 지켜

만전식품은 오랫동안 지역사회 공헌활동에도 참여해왔다.

기업별로 특정 농촌지역과 짝을 맺어 농산물에 대한 판로를 모색하는'1촌 1사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소재지인 하남시의 더우개 작목반과 자매 결연을 맺고 상생을 위한 농촌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더불어 하남시 체육회,장애인 단체,범죄예방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체육 특기자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기업은 사회를 토대로 살아나고 사회를 통해 이윤을 추구한다"며 "기업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인프라의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