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에 사는 주부 이혜정씨(29)는 요즘 장바구니를 들고 집 근처 GS수퍼마켓에 가서 장을 본다.

얼마 전만 해도 수시로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갔지만 이제는 ℓ당 2000원을 돌파한 기름값 탓에 걸어갈 수 있는 슈퍼마켓을 찾게 된 것.이씨는 "육아비 외식비 등 생활비 줄이기도 빡빡한 마당에 휘발유 값이 겁난다"며 "평소엔 슈퍼마켓에 가고 무겁고 부피가 커 나르기 힘든 물건을 살 때만 대형마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씨 같은 주부들 덕에 GS수퍼 송파점은 이달 1~25일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늘었다.

강록희 송파점장은 "상록수쌀(20㎏) 4만5800원,제주삼다수(2ℓㆍ6개들이) 5100원 등 대형마트와 가격이 같아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가 주부들의 쇼핑 스타일까지 바꿔놓고 있다.

대형마트에 두세 번 갈 것을 한 번만 가고,갈 때는 남편과 함께 쇼핑카트가 넘치도록 사오는 식이다.

또 불필요한 백화점 눈요기 쇼핑을 자제하는 등 철저히 '짠순이'가 된 것.실제로 이마트에선 이달 1~25일 1인당 구매액(객단가)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늘었다.

그만큼 한목에 사가는 금액이 커졌다는 얘기다.

반면 주택가나 아파트단지 내 대형 슈퍼마켓을 비롯 1000원숍,공짜로 배송해주는 온라인 쇼핑몰 등은 올 들어 최대 호황이라며 즐거운 비명이다.

500~2000원짜리 물건만 파는 다이소는 지난달 전체 매출이 177억원을 기록,전년 동월(111억원)에 비해 60%나 급신장했다.

고유가의 최대 수혜 상품인 자전거 판매도 크게 늘어 옥션에선 이달 1~25일 1만9500여대가 팔려나가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TV홈쇼핑에는 생수 기저귀 등 무겁거나 부피가 큰 생필품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CJ몰은 이달 1~25일 '동원샘물 생수 1상자'(6500원ㆍ2ℓㆍ12개)와 '제주삼다수 1상자'(1만1500원ㆍ2ℓㆍ12개)의 판매량이 각각 500상자를 웃돌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나 늘었다.

CJ홈쇼핑이 매달 두 번 방송하는 16만원대 '하기스 기저귀'(9개팩ㆍ648개들이)는 시중가보다 30%가량 저렴해 매번 동이 날 정도다.

편의점 바이더웨이는 대형마트에서 2만8800원 하는 '대왕님표 여주쌀'(10㎏)을 2만6700원에 팔자 이달 1~25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나 늘었다.

기름값을 들이지 않고 가격도 싸다면 굳이 대형마트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장성호/최진석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