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현재 각 부처에 설치된 530개 자문위원회 가운데 기능이 중복되거나 유명무실한 273개를 일괄 폐지키로 하는 내용의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을 확정했다.

그동안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위원회를 무분별하게 설치해 행정 낭비를 초래하고,복잡한 절차로 인한 정책결정 지연 등 부작용만 키워온 점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다.

사실 그동안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각종 위원회의 남발로 '위원회 공화국'이란 비판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에 폐지키로 한 위원회도 운영실적이 저조하거나 장기간 구성되지 않은 63개,설치목적을 이미 달성해 필요성이 없어진 49개,기능과 성격이 중복되는 58개,단순 자문을 위한 91개,부처간 협의로 대체 가능한 12개에 이른 실정이고 보면 그동안 정부위원회가 얼마나 방만(放漫)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왔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게다가 이들 중에는 몇 년 동안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데다,이름만 있고 회의체는 구성하지 않은 '유령위원회'도 적지 않았다고 하니 한심할 지경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위원회 정비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위원회가 남게 됐고,이들 모두 충분한 존속의 이유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위원회인지,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상시 검증되고 추가 정비가 이뤄져야 할 이유다.

더구나 과거에도 그랬듯 언제 또다시 정부가 이런 저런 필요성을 내세워 새로운 위원회 설치를 시도하고 나설지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는 위원회 설치 기준과 절차를 더욱 엄격히 하고,위원회의 일몰제를 도입하는 한편 2년마다 존폐 여부를 점검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해 위원회 남발을 차단키로 했지만 제도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위원회의 무분별한 설치ㆍ운영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확실한 방안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위원회 난립(亂立)은 정부 부처의 책임행정체제 확립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나아가 설치가 불가피한 위원회라 하더라도 성과를 제대로 점검하고 운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검증시스템의 개선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