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에버빌은 지난해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인근 2만5000㎡ 부지에 41층 빌딩 두 동 건립을 추진해왔으나 현재 빌딩 부지를 그냥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 들어 국제 철근값이 50%가량 오르는 등 건설자재 값이 급등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으로 우려해서다.

현진에버빌 관계자는 "앞으로 철근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몰라 위험을 최소화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화성 동탄신도시의 주상복합을 시공 중인 A건설이 철근을 구하지 못해 일주일 동안 공사를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다.


A건설 관계자는 "이런 일이 두세 번만 더 생기면 공기를 맞추기도 힘들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가격 상승으로 국내외 건설사업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철근 수급이 어렵고 공사비 급등으로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건설사업을 중단하거나 사업 추진을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추세다.

다음 달 철근(고장력 10㎜ 기준) 가격은 t당 10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근 가격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제철회사들이 지난 13일 이후 출하분부터 t당 86만1000원에서 95만1000원으로 9만원가량 인상했다.

이후 철근의 원재료인 철 스크랩,국내 고철 등의 가격이 계속 올라 다음 달까지도 철근 가격 상승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현장에서는 철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건설사들이 추가 상승에 대비해 '사재기'를 하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건설사는 가격이 비싼 외국산 철강재를 구해 쓰고 있다.

용인 죽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올초부터 중국산 철근을 사용하고 있다.

10㎜ 기준으로 t당 국산 단가가 95만원인 데 비해 중국산은 96만~97만원에 달하지만 국산만으로는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없어서다.

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철근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특정 자재 가격이 기준 이상으로 올랐을 때 건축비 조정기간(매 6개월) 이전이라도 상승된 가격을 반영,건축비를 조정하는 '단품슬라이딩제도'를 이르면 다음 달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자재 기준가격을 올려 분양가에 반영시켜 주겠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단품슬라이딩제도 1호로 철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근 가격은 기본형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1%로 20개 자재 가운데 레미콘(5.53%) 다음으로 높다.

건설업계 입장에선 건축비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임도원/김문권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