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換市 15억弗 매도 개입… 물가 불안 ㆍKIKO 피해 의식한듯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원·달러 환율이 27일 10원 넘게 급락하면서 1030원대로 밀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갑작스런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고환율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억달러 매도 개입
외환시장에선 이날 정부의 시장개입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총 15억달러가량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 개입은 환율이 1051원 선까지 오른 오전 9시46분께,두 번째 개입은 환율이 전날 종가(1048원50전) 부근에서 움직이던 오전 11시께,세 번째 개입은 1044원 부근인 오후 2시 이후로 각각 추정되고 있다.
달러 매도 금액은 오전에 10억달러가량,오후에 5억달러가량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질 때마다 환율이 큰 폭으로 밀렸고 결국 전날보다 10원80전 내린 1037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한 외환딜러는 "정부의 매도개입이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속히 '팔자'(달러 매도)쪽으로 변했다"며 "특히 시장에서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050원 선에서 시장개입이 이뤄지면서 달러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高환율 부작용 의식한 듯
정부의 시장개입 배경에 대해 시장에선 정부의 '스탠스 변화'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외환시장 개장 직후 "외환시장에 쏠림현상이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상승은 수급 요인도 있지만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환율 상승은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던 재정부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이에 대해 "정부가 환율 상승에 대해 '쏠림현상'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환율 정책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제 재정부 내에서도 '1050원 이상 환율은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이란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상승의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이 급하게 오르면서 물가 불안이 증폭되고 키코(KIKO·통화옵션상품)와 같은 환헤지 상품으로 피해를 보는 수출업체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류변화가 이날 정부의 전격적인 달러 매도 개입으로 나타난 셈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아예 포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고환율 정책의 부작용을 의식했다는 점에서 시장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