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27일 오후 5시40분께 전남 진도군 울돌목에 조류발전설비가 바닷속에 무사히 안착되자 이를 숨죽이며 지켜보던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관계자 30여명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높이 38m,무게 2300t의 골리앗 철구조물은 현장에 고정된 대형 크레인선에 의해 들어올려진 뒤 1시간20여분간의 작업 끝에 울돌목의 거센 조류를 이겨내며 수심 30m 바다 밑에 내려앉았다.

진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발전소가 설치되는 순간이었다.

3수 끝에 성공한 이번 설치는 공사 관계자들에겐 피를 말리는 작업이었다.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은 지난 3년 동안 두 차례나 설치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울돌목의 거센 조류가 번번이 훼방을 놓았기 때문이다.

울돌목은 진도와 해남사이의 길이 300m의 좁은 해협으로 최대 유속 13노트의 급물살이 흐르는 곳.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 물살을 이용해 12척의 함선으로 왜선 200여척을 격퇴시킨 명량대첩지이기도 하다.

2006년 8월엔 철구조물을 실은 바지선의 예인선이 급류에 밀리면서 철구조물이 진도대교에 충돌했고 2007년 4월엔 진도대교와 충돌한 철구조물이 바닷속에 처박히기도 했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공사 수뇌진은 명량대첩 때 이곳 울돌목에서 왜선을 수장시킬 때 사용됐던 '쇠줄'에서 힌트를 얻었다.

철구조물을 실은 바지선은 13t짜리 대형 닻 5개와 진도쪽에 고정시킨 3개의 와이어를 감아가며 작업지로 옮겨졌다.

이른바 '이순신 장군 공법'이었다.

또 바닷속 암반 굴착공사 때에는 철구조물 위에 400t짜리 데크를 얹고 여기에 900t짜리 콘크리트 블록을 싣는 등 거센 조류를 이겨낼 대비책들도 주효했다.

가설장소도 당초 진도대교 옆 100m에서 벽파항쪽으로 700m 정도 옮겨졌다.

현대건설 김성옥 현장소장은 "그동안 직원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밤잠을 설쳐가며 고생해 세계가 주목하는 난공사를 성공시켰다"며 "최대 난공사는 마무리됐으나 8부 능선을 넘은 정도여서 시험발전에 들어갈 때까지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바닷속에 내려진 철구조물은 2개월여 동안 6개의 다리를 통해 암반굴착을 하게 되고 8m 깊이의 굴착이 끝나면 그 속에 강관파일을 박아 그라우팅 과정을 거쳐 고정된다.

고정작업이 마무리된 뒤 발전기인 수차가 철구조물에 장착되면 오는 11월께에는 시험발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울돌목에 설치될 조류발전소는 시간당 최대 발전용량 1000㎾로,연간 최대 2.4GW(기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이번 가설공사를 발주한 한국해양연구원은 앞으로 유속이 빠른 인근 진도 장죽수로와 맹골수로에도 조류발전설비를 설치한다는 계획이어서 진도일대가 세계적인 조류발전 지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진도=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