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올 하반기 경제 기상도는 '흐림'이다.

미국발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에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위험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위원회(EC)는 최근 유럽연합(EU) 27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0%와 1.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각각 2.4%)보다 대폭 낮아진 수치다.

유로존(유로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 15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0월의 2.2%와 2.1%에서 최근엔 1.7%와 1.5%로 각각 수정했다.

EC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 둔화도 지난번 예측 때보다 더 심각하고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망치 하향 조정의 이유를 밝혔다.

EU 경제는 지난해 2.9%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4분기부터 내수를 중심으로 둔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별로는 금융시장 불안과 주택경기 부진이 심한 영국과 스페인의 성장률 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의 3.0%에서 올해는 1.7~1.8%로,스페인은 같은 기간 3.8%에서 1.8~2.7%로 둔화될 것이라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전망이다.

독일의 경제성장률도 2007년 2.5%에서 올해는 1.4~1.9%,이탈리아의 경우 1.5%에서 0.3~0.7%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올해 고공행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EU 지역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3.6%를 기록한 뒤 내년엔 2.5%로 완화될 것으로 EC는 내다봤다.

유로존 물가상승률도 올해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인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강세 현상도 EU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U의 올해 수출증가율은 세계경기 둔화와 유로화 강세 여파로 작년의 5.2%보다 낮은 4.7%를 기록할 것으로 KIEP는 내다봤다.

요아킨 알무니아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EU 경제가 나빠지고 있긴 하지만 경쟁 상대인 미국과 일본에 비해선 나은 상황"이라며 "올 3분기부터는 성장 동력을 다소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