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측은 지난해 과도하게 많이 거둔 세금(세계잉여금) 중 일부를 재원으로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 쪽은 '무리한 경기부양은 지양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다.

일단 18대 국회 개원 후에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지면서 당장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지만 6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바로 정책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재정은 경기 중립적이어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정부가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15조3000억원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교부금 5조4000억원과 국채상환 5조원을 뺀 4조9000억원을 추경예산으로 편성,민간에 돌려줌으로써 현재 경기역진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재정의 역할을 최소한 '중립' 수준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추경편성보다 감세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기하강 충격을 완충하는 효과 면에서 재정지출 확대가 감세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게 재정부의 입장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1조원을 인건비 및 물건비로 지출할 경우 경제성장률을 0.14%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는 반면 소득세 등 직접세를 1조원 깎아주면 경제성장률 증대 효과가 0.05%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득세를 인하할 경우 세금을 내지 않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효과가 사실상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소득계층별 세부담을 살펴보면 50.4%가 세금을 아예 내지 않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액의 세계잉여금은 민간부문을 압박하는 것으로 감세와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재정의 역할을 최소한 중립적으로 바꿔줘야 한다"며 "미국처럼 세금을 환급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정부가 지출을 하면서 성장동력과 인프라 등을 확충하는 게 경제적으로 가장 좋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해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채무 갚는 데 써야"

추경반대론은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이 주도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해 초과세수가 정부의 주장대로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국가채무를 갚는 데 쓰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국채 잔액은 227조4000억원이고 올해 국채발행 계획은 57조원인데,이 가운데 일부를 줄이면 미래 세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채를 상환(시장에서 국채 매입)할 경우 금리가 하락(국채값 상승)하게 되고,그 결과 시중 금리가 떨어져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국채상환 역시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또 최근의 경기가 정말로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분기에 비해 0.7%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이는 전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고,소비자 기대지수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설비투자가 최근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경예산 편성시 나타날 수 있는 더 큰 문제는 '작은 정부'의 대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인 만큼 한나라당이 추경예산 편성에 찬성할 수 없다"며 "노무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비판해왔던 기조를 계속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새 정책위 의장으로 선임된 임태희 의원은 이 전 의장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임 의장은 "일시적으로 생긴 세계잉여금 4조9000억원을 경기의 흐름을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재원으로 쓰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그렇다고 세입을 낮추는 감세 재원으로 쓰는 것도 맞지 않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서민이 가장 큰 고통을 받는데 이런 것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을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찾을 때"라고 말해 추경 편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