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목사 설교 비평집 3권 완간한 정용섭 목사

"한국의 명망있는 설교자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성서 읽기의 아마추어리즘이다. 성서 텍스트는 실종된 채 설교자의 주관적인 신앙체험이 과잉생산되고 있다."

국내 유명 목사들의 설교를 이렇게 정면으로 비판해온 정용섭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55·샘터교회 담임목사)이 저명한 목사 39명의 설교를 비평한 설교비평 시리즈 3권을 완간했다.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나온 《속 빈 설교 꽉 찬 설교》(제1권)와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제2권)에 이어 제3권 《설교의 절망과 희망》을 최근 대한기독교서회에서 펴낸 것.

앞선 두 권의 책에서 28명의 설교를 비평한 데 이어 제3권에서는 곽선희(소망교회 원로) 옥한흠(사랑의교회 원로) 목사 등 교계 원로를 포함해 김삼환(명성교회) 오정현(사랑의교회) 조헌정(향린교회)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박종순(충신교회) 목사 등의 설교에 대해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댄다.

그는 "곽 목사의 설교는 한국 교회의 기복적·주술적인 영성을 실존적 영성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서도 "그가 강조하는 '궁극적 관심'은 무늬만 궁극적이지 실제로는 전혀 궁극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공산주의와 북한 문제에 대한 냉소적 태도,동남아의 경제적·정신적 기아 상태를 신앙과 종교의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김삼환 목사에 대해서는 "낮춤의 영성과 엘리트주의가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도를 드린 사람은 모두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실패한다는 '예수 성공,불신(不信) 실패'의 패러다임이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저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기독교 신앙에 부합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박종순 목사의 설교는 대부분이 도그마티즘(독단론)에 빠져 있다"며 기독교 신앙의 규범을 낳은 역사적 배경을 살피지 않고 규범만 강조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오정현 목사의 경우 순수성과 열정,복음본질주의는 높이 평가할만하지만 거기서 비롯된 도덕적 순결주의는 기독교 신앙과 도덕성을 일치시킴으로써 선악의 이원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홍정길 목사에 대해서는 "세상을 향해서는 활짝 열려 있지만 설교는 성서를 문자의 차원에서 추종하려는 경향이 강해 이상할 정도로 닫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제3권에는 조헌정(향린교회) 권성수(대구 동신교회) 김영봉(와싱톤한인교회) 이민재(은명교회) 목사의 설교에 대한 비평과 함께 이전 책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던 목사들의 반론 5편도 함께 싣고 있다.

정 원장은 책 머리글에서 "목사는 '말씀'의 심연으로 몰입되는 황홀한 경험도 하지만 한 발자국 잘못 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백척간두에 내몰리기도 한다"면서 바른 성서해석을 통해 절망의 설교에서 희망의 설교로 나아갈 것을 강조했다.

각권 1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