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패션 브랜드 '프링글' 수입판매권을 놓고 명품 수입업체 웨어펀과 국내 패션기업인 제일모직 간 마찰이 불거졌다.
소니아리키엘,지안프랑코 페레 등을 수입하는 웨어펀이 지난해부터 프링글과 독점 수입판매 협상을 벌여 양해각서(MOU)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계약을 앞두고 프링글 측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은 것.웨어펀 관계자는 "제일모직이 갑자기 협상에 끼여들어 계약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측은 "2006년부터 이미 프링글 측과 이야기가 오갔으며 올초 국내 5~6개 업체가 함께 제안서를 내 경쟁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국내 패션업체는 물론 백화점들까지 앞다퉈 '해외 브랜드 모시기'에 뛰어들면서 과열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올 들어 명품ㆍ수입 브랜드들의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져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패션업계로선 돈 되는 브랜드 확보가 지상 과제이기 때문.게다가 웬만한 해외 브랜드는 국내에 이미 진출한 터라 국내 진출을 타진하는 해외 브랜드가 있으면 적게는 3~4곳,많게는 7~8곳이 제각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수입판매권 따 내기 각축을 벌인다.
또 해외 브랜드들은 이미 MOU를 맺고도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가 있으면 수입판매권을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달 말 국내에 매장을 연 스페인 패스트 패션 '자라'는 현대상사 신세계 롯데쇼핑 등 국내 6~7개 업체를 놓고 1년 넘게 저울질했다.
자라는 먼저 현대상사와 MOU를 맺었지만 최종 파트너는 롯데쇼핑으로 바꿨다.
이 같은 과열 경쟁은 해외 명품ㆍ수입 브랜드들의 콧대만 높여 줘 고스란히 국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수입 규모,전문 매장(플래그십 스토어) 개설,광고비 등 계약 조건도 갈수록 불리해지게 마련이다.
A명품 수입업체 바이어는 "임대료가 높은 청담동에 그럴싸한 매장을 하나 열려면 보통 300억~4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수익성보다는 우선 브랜드 사업 노하우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B명품 관계자도 "홍콩에선 원가의 2.7~2.8배를 붙여 명품 가격을 책정해도 이익을 남기는 데 반해 국내에선 원가의 4배를 붙여야 이익이 난다"고 말했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10~30% 비싼 가격에 명품을 사야 하는 배경이다.
올 들어 원ㆍ엔 환율 급등으로 한ㆍ일 간 명품 가격이 재역전되기는 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이 비행기 값을 들이면서 대거 일본으로 원정 쇼핑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명품 열풍이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지방 백화점들 사이에서도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지역의 구매력 있는 고객을 서울로 빼앗기지 않으려면 명품 매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지방 C백화점 바이어는 "명품업체들은 보통 165㎡(약 50평) 이상을 요구하며 매장 위치,인테리어 등 원하는 조건을 맞춰 주지 않으면 아예 유치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