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CEO(최고경영자) 대통령의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이고 있다.

28일 수행 경제인 조찬에 이어 점심 때는 한.중 경제인 리셉션에 참석했다.

29일엔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칭다오는 물론 베이징현대차와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도 방문한다.

이날 저녁에는 주중 한국기업인 16명을 댜오위타이로 초청, 예정에 없던 간담회도 가졌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게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중국을 찾아 이처럼 한국 기업들을 챙기는 건 고마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은 나라다.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정치와 경제가 별개의 시스템으로 작동될 수 없다.

한국 기업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이 중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정치와 경제의 일체화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다.

소위 '관시(인간관계)'가 중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고,경제정책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근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의 방중 스케줄은 다소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았다.

국내 기업의 고충을 듣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한국 회사만을 챙긴다는 생각을 중국 사람들이 갖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에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중국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특별한 행사를 갖기로 했다고 한다.

중국에 도착한 뒤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스케줄을 조절했다는 후문이다.

많은 한국 기업인들은 이것이야말로 중국 진출 우리 기업들을 돕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 지도자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친구의 나라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은 한국 기업인을 만나 고충을 듣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경제활동'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 외교부가 "한.미동맹은 냉전산물"이라고 논평하는 등 중국 측의 결례가 심한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중이 국익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실용외교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