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들기로 한 현대차노조에 비난 쏟아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지부장 윤해모)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를 위한 촛불집회에 29일부터 참여키로 결정하자 울산 산업계,시민들은 물론 노조 내부에서 조차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노조 설립 후 거의 한 해도 빠짐없이 벌여온 정치파업을 또 다시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촛불집회 자체가 노동투쟁장으로 완전히 변질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당초 29일 회사 측과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첫 상견례를 겸한 전 조합원 출정식을 갖기로 했었다.

노조는 출정식을 계기로 촛불집회에 참여함으로써 회사 측과의 협상력과 조합원 간 단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노조집행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노조 내부는 물론 울산 산업계와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20년째 쉬지 않고 계속된 정치파업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노조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현대차 내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신노련의 김창곤 의장은 "노조가 임금협상 출정식을 갖고 곧바로 도심지 촛불집회에 참여키로 한 것은 노조 협상력을 무리하게 높이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반발했다.

김 의장은 "지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한마디로 약육강식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인 데도 현대차 노조가 정치집회의 선봉에 나선다면 조합원이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게시판에도 노조의 이번 촛불집회 참여 결정과 관련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게시판에는 노조 지도부가 수입쇠고기 저지투쟁보다 오히려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내야 한다는 주문이 쇄도했다.

이와 관련,김 의장은 "요즘 사상 최악의 고유가로 조합원들도 먹고 사는 문제가 큰 걱정거리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자동차 소비가 줄어들고 이는 결국 조합원 전체의 생존 문제로 이어지게 되는 만큼 노조의 이번 정치집회 참여는 바림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와 시민들은 현대차 노조의 이번 촛불집회 참여가 자칫 노동계의 하투를 점화하는 신호탄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장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노동법 개정과 한ㆍ미 FTA,비정규직법 등 크고 작은 정치현안을 놓고 현대차 노조가 정치파업에 참여해 중소기업들이 엄청난 시련을 겪어왔다"면서 "노조가 정치파업의 수렁에 다시는 빠져들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의 자동차 협력업체인 Y기계 이모 이사는 "지난해 노조가 FTA저지를 위한 정치파업을 강행하려다 조합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단 이틀 만에 전면 철회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느냐"면서 "노조가 이번 임금협상에만 올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시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 20년 파업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ㆍ미 FTA 조기타결을 촉구하는 범시민 기자회견을 개최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의 이두철 공동대표(울산상의회장)는 "현대차 노조의 불법 정치파업이 그동안 현대차와 지역,국가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노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을 파업없이 잘 마무리해 울산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노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차노조는 2006년 한 해 동안만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무려 12차례 파업을 벌이는 등 지금까지 50여차례에 걸친 정치파업을 벌여 회사에 수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조가 정치집회를 이번 주말까지 계속 이어가기로 해 자칫 경찰과 정면 충돌도 예상된다.

또 촛불집회가 불법시위와 폭력시위로 돌변해 시민들이 다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시영 울산경찰청장은 "합법적인 집회라면 보호하겠지만 불법ㆍ떼법 시위에 대해서는 폭력이 없다고 해도 엄격히 법의 잣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