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들이 1990년대에 이뤄진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 때문에 국민은행으로부터 줄소송을 당하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당시 일선 구ㆍ군이 손실보전을 약속한 만큼 소송을 통해서라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ㆍ군은 열악한 재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28일 부산지역 16개 구ㆍ군에 따르면 국민은행으로부터 대여금 청구 소송을 당한 건수는 모두 56건으로 집계됐다.

지자체별 소송액은 350만~4000만원 정도다.

국민은행은 이와 관련,"부산지역이 특히 소송이 많은 것이며 전국적으론 200여건,금액으론 50여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은 1991년부터 2000년 6월까지 국민주택기금으로 저소득층의 전세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준 것.당시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이 업무를 맡았다.

대부분의 영세민들은 담보력이 없었기 때문에 관할 구ㆍ군이 은행 측에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지자체에서 손실 보전을 해준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써 줬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일선 구ㆍ군에 내려 보내 사실상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사태 등을 거치면서 채무 당사자는 물론 연대보증을 선 집주인까지 도산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미상환 대출금이 쌓였고,국민은행은 2006년 말부터 소송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받기 시작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작성한 협약서에 따라 각 지자체에 여러 차례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으며 진척이 없어 최후 수단으로 소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선 구ㆍ군은 당시 건교부의 지침에 따른 것 뿐인데 대출금 전액을 지자체가 떠맡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자들이 담보력이 없었기 때문에 구청이 협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었다"며 "당시 전세자금 기금이 기초자치단체별로 배정돼 관리됐고 협약서도 구청이 작성했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가 변제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부산=김태현/박준동 기자 hyun@hankyung.com